바람의 딸, 때려서 지구 세 바퀴 반 N.O.T.E





무려 6년전 기사가 지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씹히고 있다 - 아마도 6년 전에는 꼰대에 대한 반감이 그닥 크지 않았건만 최근에 그게 커지면서。마치 정준하의 과거가 새롭게 조명(?)받듯, 한비야도 털리시는 중이시다, 아멘。

내 초등학교 은사님이 한비야 팬이었어 - 그래서 수업 시간에 한비야의 책,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을 애들 앞에서 몇구절 읽다가 자기 감정에 복받혀 눈물을 흘리고 애들도 같이 울고 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은 그냥 교사직이 너무 싫었던 거 같다)。나도 한비야의 모든 책을 다 읽지는 못하고, 몇권만 읽었는데 확실히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은 맞다。그런데 문제가 뭐냐면

바람의 딸이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을 도는데는, 공무원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도 분명히 있었다는 현실을 이 양반은 전혀 인지를 못하시네, 그것도 6년전 기준으로 54살이나 잡수신 양반이。


자유롭게 세계를 다니시기 전에, 여권 첫페이지부터 좀 제대로 읽으셨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다。저 여권을 만드는 종이를 묵묵히 만드는 사람부터, 도장을 파는 사람부터, 인쇄를 하는 사람까지, 여권이 해외에서 통하도록 발품을 뛰는 사람까지... 누군가는 자기 자리에서 묵묵하게 조용하게 일을 했으므로 -- 한비야는 저 여권을 들고 세계를 누빌 수 있었다。당장 외교부 장관도 어렸을 때부터 졸라 열심히 공부를 했으므로 그 자리에서 세계 각국의 관계자들에게 저런 요청을 할 수 있을 터。

그걸 다 무시하네? 진짜로 7급 공무원들이 집단으로 사표내고 세계 여행 다녀볼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한국 사회가 헬죠선이라 불리는 이유는 -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하지 않음 안되는 일이 있건만。버스 운전, 인터넷 정비, 보도블록 깔기 등등。그런데 그게 다양한 이유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면서, 사람들의 울화가 누적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나는 보거든 

한비야의 저 꿀밤은, 본질적으로 재벌의 땅콩 비행기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조현아의 땅콩이 거꾸로 세 바퀴 반 돌면 한비야의 꿀밤이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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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어느새 몰개성, 타협, 도피, 비겁함의 상징이 되었다 - TV를 틀면 한비야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너의 삶을 살아라, 자유로운 삶을 살아라, 멋지고 도전적인 삶을 살아라,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라。부모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개방적인 부모들은 시대가 이럴수록 자녀의 개성을 존중하고 자녀의 도전을 응원한다。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자녀에게 미쳤다고 소리를 지르는 부모가 있다면, 컴퓨터 모니터를 망치로 부수는 부모가 있다면, 컴퓨터를 사주고 프로게이머 학원 (진짜로 있다!) 에 등록금을 대주는 부모도 있는 법。

과연 누가 맞는 것일까?

본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습니다 -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나,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나
예체능 분야에서는 부업 없이 본업으로만 행복하게 밥술 뜨고 살려면,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지 않으면 곤란하다 - 그리고,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고통스럽고 지루한 인고의 훈련을 거치지 않음 안된다。

영화 바람의 파이터에 나오는 최배달의 입산 수행기.. 진짜 그 정도의 수련을 하고도 될까 말까거든。본질적으로 공무원의 삶을 사나 아이돌 가수의 삶을 사나 -- 생존을 위해서라면 졸라 죽도록 열심히 노력하지 않음 안된다는 말씀。여기서 노력이 뭐겠어? 맨날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행동을 몸에 익도록 계속 반복하는 행위다。그게 게임인지 기출 문제인지 그림인지 노래인지만 달라지지。자유의 상징으로 알려진 여러 직업들? 만화가, 소설가, 화가, 록스타, 아이돌.. 생각보다 자유 그닥 없어요

한비야의 논리라면 예체능 지망생들도 한대씩 맞아야만 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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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이 강하고 조직 생활이 싫은 친구에게 공무원 생활을 강권하는 것도 참 폭력이지만
반대로 몰개성하고 조직 생활이 잘 맞는, 안정 지향성 친구에게 벤처 기업을 운영하라는 것도 폭력이거든

초식 동물에게 고기를 억지로 먹이는 짓은 분명한 동물 학대가 맞지만, 육식 동물에게 억지로 채식을 권해서도 안된다는 말씀 =3= 그런데 한국 사회는 참 신기하게도 후자는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진짜 재밌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불경기의 진정한 피해자는 개성은 넘치지만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꿈을 꺾은 친구들이 아니라。몰개성하고 수더분하고 앉아서 공부만 하는 친구들이 아닐까 =3= 평시 같았으면 평범하게 살았을텐데 시대가 하도 혼탁하여, 지옥 같은 경쟁을 하지 않음 안되게 됐으니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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