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 vs 민주주의 N.O.T.E




최근 도올 김용옥이 쓴 책과 강의를 최대한 구해서 한번 쭉 보았다。목적은 한가지 - 이 사람이 (좌파) 파시스트(출처는 디시 위키)라는 비판이 있어 그 비판을 검증하려는 차원이었는데 생각보다 쉬웠다。그냥 민주주의를 대놓고 까시더라 =3=

그런데 먼저 - 학자라는 사람들은 우리가 상식이라 믿는 가치(민주정, 일부일처제 같은)를, 그게 정말 공공선에 부합하는지 검증하는 사람들이다。고로, 민주주의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무조건 그 학자를 파시스트라고 욕하는건 안된다는 말씀。

근본적으로, 동양에서는 공자에서부터 정약용까지。서양에서는 소크라테스부터 니체까지 많은 철인(哲人)들이 민주주의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부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씀들을 많이 남기셨지。

그럼 철학자 도올은 왜 민주주의를 미워하는가 - 그 비판은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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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다


1. 민주정은 역사적으로 순수하지 못하다 
아테네의 민주정치는 소수의 시민들에게만 주어진 혜택이었고 (전성기 아테네 인구 30만중 3만명만 투표권이 있었음) 페리클레스 같은 위인이 있어야지 유지가 되는 제도였다。

영국의 마그나 카르타는 말이 좋아 의회 민주주의지 결국 영국 귀족들이 왕 제압하려고 만든 거 아니냐。희랍 민주주의보다 더 경직됐다。

미국의 민주주의도 유럽 철학의 복붙에 지나지 않으며 연방파, 국가를 소수 엘리트 주도의 강력한 중앙집권적 정부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발상이 깔려 있다 


2. 민주정의 실패
소크라테스의 죽음。
조지 W. 부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등 - 미국 정치의 후진성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전두환부터 박근혜까지 - 정말 제대로 된 지도자가 한 사람도 없었다。
민주정치는 결국 튀는 놈이 이기는 구조이며 정치인의 이념, 이상, 가치, 성품, 심미적 품격과 무관하게 표를 많이 얻는 자가 이긴다。


이 외에도 민주주의(Democracy)의 어원이라던가, 여러가지 깊게 말씀하시는데 그걸 내가 여기서 다 적을 수는 없고 =3= 생각보다 스탠다드한 공격입니다 - 저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도올이 유일하지는 않지。

강신주만 하더라도 4, 5년에 투표권 한번 주는 주제에 민주주의니 뭐니 지랄들을 한다는 시니컬한 말씀을 남겼고, 이런 냉소적인 비판은 유럽이나 미국의 철학자들도 제법 자주 했습니다。정말 냉정하게 보면.. 한국 사회가 민주주의 라고는 하지만 수많은 국가 기밀은 국민들에게 공개되지 않고 - 회사, 학교, 군대 같은 조직은 (중립적인 의미로) 반(反)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잖아。

그리고 우리는 현재 한국 정치에 만족하고 있나? 그런 의미에서 도올의 민주주의 비판은 뼈 아프지만 완벽하게 무시할 수도 없지


그럼 도올 김용옥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정치체제는 뭘까

그건 놀랍게도 이상적인 유교 과두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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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은, 한국 사회의 발전과 개혁 - (도올의 표현을 빌려) 민족적 중흥을 이루기 위해서는 민중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며 결국 한명의 천재, 영웅, 철인, 특출나게 뛰어난 위인의 존재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민주주의 제도에서 '뛰어난 정치인'은 '튀는 정치인'에 지나지 않고 열심히 성실하게 일을 하는 정치인 대신에 포퓰리즘과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인이 권력을 잡는 구조이니。
민주주의는 안된다는 것이다。

탁월한 식견, 감각, 뭐 기타 등등(그냥 자기 같은 사람이라고 솔직하게 적어 놓으시지 뭐 이렇게 많이 나열하셨담?)을 갖춘 정치인은 유교가 최상으로 여기는 미덕인 인(仁, 공감)과 서(恕, 배려)의 정신으로, 민본(民本)을 위해 무아(無我)의 자세로 국가와 민족을 영도하는걸 가장 바람직하게 여기는 것 같다 - 그걸 위해서 투표, 의회 민주주의, 공화정 폐지가 필요하다면 해야만 하는 입장이신 거 같고。

나는 처음에 도올의 이 주장을 반박하려고 삼일 넘게 자료를 찾았는데, 지금 보니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알파벳 2글자, 한글 여섯 글자면 다 반박이 되더라, 히히。

그건 대략 이렇다。

IF (2)
이론적으로는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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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쓰면 그건 평생을 학문에 전념한 노학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 =3=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
인류 역사상, 특히 한중일에서 유교에 모든 답이 있다고 믿은 철인들은 많았고 유교를 국교로 지정한 나라도 많았지만 그 모든 나라가 결국 망(亡)의 길을 걸었음은 역사적인 사실이잖아

한나라 망했고, 송나라 망했고, 명나라 망했고, 고려 망했고, 조선 망했고, 조선을 망하게 한 일본 제국도 망했고.. 그리고 고려와 신라, 일본 제국도 조선만큼 유교를 교조적으로 숭배하지 않아서 그렇지 유교를 굉장히 중요하게 다룬 나라는 맞습니다。그런데 다 망했다고 ㅠ 

이렇게 말하면 도올 김용옥은, 그 나라는 공자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반론을 하실거라 사료됩니다만 - 그 시대 유교를 정치에 도입한 사람들은 당대 최고의 학자들이었고, 수재들이었고, 가리고 가리고 가려서 뽑은 대학자였지。그런 대학자들이 공자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현실에 적용하지 못했다면 - 그럼 그건 유교가 본질적으로 현실 정치에서 써먹기에 근본적으로 한계가 많은 철학이라는, 슬픈 현실을 천년 넘도록 입증했는데 그걸 또 한다고?

이런 식으로 치면 20세기에 종언을 고한 공산주의 실험도 다시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 스탈린은 맑스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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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이 분께서는 너무 효율의 측면에서 보는데 - 유교가 국가를 가족에 비유하니까。지금 도올 김용옥은 자식들을 잘 양육하는 부모가 최고의 부모라는 전제를 깔고 민주주의는 자식을 잘 앙육하는 부모를 육성하기에 심히 찌질한 제도라는 공격을 하셨습니다만。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의 문제라면? - 자식을 행복하게 해주는 부모, 자식에게 돈을 많이 주는 부모, 자식의 선택을 존중하는 부모.. 글쎄, 돈 많이 벌어오는 부모가 최고의 부모라면 그럼 왜 강남 학생들은 카톡으로 자기 엄마를 미친년이라 욕하나? 조선 시대 백정들은 생각보다 영양 상태가 좋았다。백성은 밥을 하늘로 삼는다는 정도전의 신념은 정도전 사후에도 남았거든。그런데 백정들은 그렇게 양민이 되려고 그렇게 노력을 했다지。

나라가 망하든 또라이가 대통령이 되든 - 그게 소수 세력이 아니라 나의 선택, 나의 의지, 나의 판단으로 선택되고 그 선택으로 발생하는 모든 화복(禍福)을 내가 받는다는 그 자유가 인간에게 주는 정신적 가치는 결코 간단히 무시될 수가 없다。근현대로 들어 인간은 자아를 가졌고 내 삶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한다는 주인 의식을 이미 가지게 됐는데 그거 다 버리자고?


도올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정치는 - 이건 그냥 마음씨 좋은 주인을 찾아서 그 밑에 노예로 들어가잔 소리 밖에 되지 않는다。

높으신 분들은 그럼 얼마나 공감과 배려의 마음이 넘치시길래.... 민주정을 폐지하면 공감과 배려가 넘치는 사람이 왕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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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왜 불행한지, 왜 한국 정치가 한국인을 만족시키지 못하는지, 왜 한국 대통령은 말년에 지지율이 떡락하는지는 이 블로그에서 정말 질리도록 다툴 내용이지만

진짜 살다살다 과두정 회귀가(그것도 유교를 베이스로 ㅋ) 우리의 불행을 해결하리라 주장하는 사람을, 2018년도에 만나리라곤 진짜 상상도 못했다 ㅠ 그것도 한국에서 가장 공부를 많이 했다는 철학자가 저런 말을 하니까 진짜 많이 당혹스럽다


내가 명예훼손, 모욕죄로 걸릴 각오하고 내가 도올 선생님을 위해 쓴소리를 좀 하겠습니다。


도올 선생님께선 유교 과두정이 부활하면 본인 같은 대철학자에게 뭔가 자리 하나 오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없잖아 있으신 거 같은데。한중일 역사에서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철학자, 시인, 재야 학자를 명예직에 앉혀 정권의 철학적 정통성을 빛내는 용도로만 활용하지 실질 권력은 주지 않습니다。실질 권력은 한명회 같은 사람들이 먹는데 도올 선생님이 그런 사람은 아니잖아요?

도올 선생님께서, 자신의 철학적 이상을 정치에 적용해 한민족을 구제할 영웅을 찾는거야, 그 순수한 마음은 인정하지만。과두정 체제에서 황제는 도올 선생님을 왕의 손구락에 끼이는 반지 이상으로 취급하지 않을 겁니다。그리고 왕의 손구락은 도올 선생님이 보고 싶지 않은 쪽만 자꾸 골라서 지시하겠지

도올 선생님, 민주정은 마치 이산화탄소 같은 겁니다 - 거기에는 선악(善惡)이 없어요, 그냥 현상이지。선생께서 민족을 위해서 뭔가 족적을 남기고 싶으시다면 민주정 우산 아래에서 하세요。어설프게 또라이 하나 황제 만들어서, 사람 여럿 울게 만들지 마시고요。그 또라이 황제는 막판에는 선생님도 제거하려고 들겁니다。그냥 안되는건 안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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