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궁 비평 N.O.T.E




역사적으로 기록된 사실만 보면, 이 아저씨는 생각보다 그닥 훌륭한 책사가 아닐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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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정사 삼국지는 조조와 싸웠던 인물들의 장점은 축소하고 흑역사를 강조한다는 특징이 있지만, 일단 사서에 기록된 진궁의 전적은 성공보다 실패가 많다.


1. 연주목으로 조조를 추대했으나 조조에게 실망
2. 장막으로 조조를 제거하려고 했으나 실패 (연주의 난)
3. 학맹으로 여포를 제거하려고 했으나 실패 (학맹의 난)
4. 기각지세를 간언했으나 여포가 무시 (하비성 전투)
5. 최후


일단 큰 줄기만 잡았는데 조조를 제거하려고 한 시도는 거의 성공했으나 순욱과 정욱의 반격으로 실패.
학맹을 제거하려고 한 시도는 고순과 조성의 반격으로 실패했다.

원래 제후의 참모들은 세력의 기밀을 많이 알고 있고, 이 시대 제후들은 다들 대의명분이 생각보다 그닥 튼튼하지 않았다. 자연히 참모와 제후 사이의 유대 관계도 그닥 끈끈하지 않았고, 이런 과정에서 모반을 획책하는 참모들도 당연히 있었다. 법정, 왕윤, 봉기, 사마중달 등등 - 그런데 이들은 반란을 한번에 성공시켜 뒤집기에 성공했지만 진궁은 두번이나 뒤집기를 시도했는데도 두번 모두 실패했다. 커리어에 상당한 흑역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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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진궁이 연주에서 했던 행위는 그 당시 기준에서, 정의사회 구현이 아니라 반역에 지나지 않는다. 삼국지 팬덤에선 서주 학살에 충격을 먹어 대의(大儀)를 위해 거병했다고 하는데 사서 어디에도 그런 말은 없다. 이중톈 같은 학자들은 조조가 평소 자신에게 비판적인 연주 명사들을 죽인 행위가 반역의 동기였다고 추정하는 편. 그런데 조조를 연주목으로 삼는데 가장 적극적이었던 사람이 바로 진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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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상사가 마음에 안든다고 반란을 일으키는 성격이라면, 당연히 여포 입장에선 진궁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진궁이 대의를 위해서 반란을 일으켰다고 하지만 그게 정말 대의를 위해서인지. 아님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식으로 나 혼자만 맑다는 진궁의 태도는 다른 사람들과 갈등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만약에 진궁이 세력이 없는 개인이었음 그냥 진궁 죽이면 끝날 문제지만. 그런데 진궁이 다른 쪽으로는 음험했던지 여포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세력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은 여포의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었다. 학맹의 난을 조사하는 중간에도, 세력의 분열이 우려되어 여포는 진궁을 조사조차 하지 못했다.

정사 삼국지는 여포가 용맹했으나 휘하 제장들이 서로를 의심하고 단결하지 못해 조조에게 연패하여 결국 하비성에 몰렸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이것이 여포의 책임, 여포의 무능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세간에 알려졌다. 그런데 진궁의 책임은 정말로 없는걸까. 자기 마음에 안든다고 반역을 일으키는 장군을 과연 어떤 제후가 믿고 병력을 위임할 수 있었을까. 혹 제장들이 서로 화목하지 못한 것은 진궁 일파가 여포의 발목을 사사건건 잡았기 때문은 아닌가.

진궁의 반항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내전(內戰)으로 이어지는 문제였고, 당연히 여포는 진궁을 신뢰할 수 없었다. 진궁은 여포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 망했다고 하는데, 이건 자기 중심적인 변명이다. 왜 여포가 진궁의 말을 듣지 않았을까. 여포만 아니라 여포의 숙장이었던 고순도 진궁을 불신했는데 고순은 모범적인 장군이었다. 본인의 평소 본인의 행동이 본인의 신뢰도를 깎았음을 진궁은 이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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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궁 최후의 계책으로 알려진 기각지계(掎角之計)도, 병력을 나눠 진궁이 하비성을 수비하고 여포가 성 밖에 주둔해 조조의 본대를 서로 견제하자는 내용이었다. 진궁은 여포가 이 계책을 채택했음 이길 수 있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이 계책이 잘 맞아 조조가 물러나도, 과연 진궁은 성문을 여포에게 열었을까? 아니면 그대로 하비를 먹튀하고 여포를 방출했을까? 지금까지 진궁의 경력을 보면, 진궁이 순순히 성문을 열고 여포를 맞이할지는 보장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의심을 받도록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진궁 바로 그 자신이었다.

조조가 진궁을 총애했다는 기사를 보면, 진궁도 완전 허당은 아니었겠지만. 군웅할거 중간에 탈락할 수밖에 없는. 결국 그 정도 레벨이었다. 하비에서 조조의 제안을 받아 다시 조조에게 투항했어도, 이 아저씨는 이력에 워낙 문제가 많아 측근이 아니라 감시 대상이 됐을테고. 조조가 변덕스런 성격이라 인재를 임용하다 마음에 안들면 다시 죽이는 경우도 많아서 =3= 수즉다욕(壽則多辱), 여포와 함께 죽는 편이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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