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 단상 N.O.T.E


먼저 내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 해보자면.. 내가 옛날에 10평 조금 넘을락 말락한 방을 렌트해서 혼자 살았는데。그때 내가 하루 평균 10시간에서 12시간 정도 일했고 (오가는 시간 다 포함해서), 재수 없으면 주말에도 일을 했거든。운 좋으면 주 6일 일하고。

그때 내가 집안일이 너무 싫어서 - 집안일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별별 짓을 다했다。접시도 1회용, 컵도 1회용, 젓가락도 중국집에서 쓰는 1회용 젓가락을 대량으로 구매해서 .. 진짜 집안일을 어떻게든 좀 안해보려고, 집에서는 그냥 푹 쉬려고 했는데 결국 실패했거든。

이 집안일이라는 녀석이 참 끝이 없더라 - 마치 집안일의 업보 같은 녀석이 있어서, "너는 평생토록 이만큼의 집안일을 하지 않음 안된다"고 할당을 하는 것만 같았다。옷을 빨아야 한다던가, 그릇이 깨졌다던가, 정말 꼭 필요한 가구를 조립하지 않음 안된다던가, 컴퓨터가 망가진다던가 (이걸 집안일로 분류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일주일에 한번 분리수거。심지어는 갑자기 관공서를 방문해야 한다던가, 장을 봐야만 한다던가, 멀쩡했던 창문이 떨어진다던가, 벽지에 곰팡이가 생겼다던가.. 진짜 집안일은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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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본문에서 나오는 남자를 험담했던 아주머니들의 경우, 나도 저렇게 타인의 입장을 함부로 평가하는 사람을 좋아하진 않지만。아마도 다년간 집안일에 종사해 남들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요령, 하다못해 미루는 요령을 익혔을 가능성이 크다 =3= 나도 이짓거리 몇년 하니까 뭐가 중요하고 뭐가 덜 중요한지 각이 잡히기 시작했거든。

지금 저 글을 쓰는 사람은...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걸까? 무엇을 원할까? 

아마도 결혼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집안일에서도 해방된 사람처럼 보인다。만약 집안일을 전문적으로 종사(?)했다면 일단 집안일을 저렇게 폄하할 수는 없고, 만약 저 사람이 집안일에 엄청난 재능이 있어서 그게 진짜로 별 일이 아니라면 "내가 해봐서 아는데" 로 문장이 시작됐을 것이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걸까(2), 무엇을 원할까(2)

집안일은 별 것이 아니니 여자들이 다 부담해라?
남자가 손해를 보고 있다?
남자가 을이다?
명절 스트레스는 허상이다?

혹은, 집안일은 별 것이 아니니 남자들이 까짓거 조금 더 해도 뭐 그닥 큰 문제는 아니다?
까짓거 가정부를 고용해라?

저런 식으로 문장을 끝내면, 저게 다양하게 해석이 될 수도 있고 원작자의 의도를 180도 다르게 비트는 것도 가능하다。

그걸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 서로가 서로에 대한 폄하하는 스킬만 늘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지금 한국 사회에서 갈등만 높아지고 실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원인이 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누구도 본심을 말하지 않고 도덕적 당위만 말하고 있는데 그 도덕은 합의된 도덕이 아니라 개인의 주관적 견해에 지나지 않는다。당연히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할 생각은 조금도 없고.... 이러니까 이혼율이 높을 수밖에 없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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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바람직한 일은, 너무 교과서적인 말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내 남편이 열심히 일을 하고 오면 힘들텐데 내가 집안일을 더 열심히 해야지, 내 아내가 집안일로 고생하는데 오늘은 내가 빨리 퇴근했으니 좀 더 도와야지。이게 함께 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요즘 가정은 서로에게 고통을 미루려고 하는 것만 같아 =3=

그리고 내가 왜 덜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상대방이 왜 더 고통을 받아야만 하는지를 도덕적으로 정당화를 하려고 한다。정말로 사랑하면 과연 이럴 수가 있을까? 남녀를 불문하고, 첫사랑에 빠졌을 때를 한번 회상해보면.. 내 첫사랑이 굉장히 힘들고 고통스러워 하는데, 내가 그 사람에게 "그래도 어쩔 수 없어" 라고 냉정하게 거절할 수 있을까? 하다못해 그 사람이 종이 한장 들고 가더라도, 힘겨워하면 그걸 같이 들어주고 싶은게 그때의 그 순수함이자 사랑의 본질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낭만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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