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평릉 사변 감상문 N.O.T.E




어떤 진지한 토론보다도 그냥 단순하게 인상 비평만 해보면 ... 

일단, 조상이 사마중달을 질투했고 - 사마중달은 조상이 시비를 걸어 어쩔 수 없이 가문을 지키기 위해 일어섰다... 라고 사서는 말합니다만。놀랍게도 사마씨를 동정하는 학자들은 내가 아는 선에서 못 찾겠다 =3= 다들 "웃기시네" 라고 퉁치고, 조위(曹魏)를 정통으로 인정하지 않는 학자들도 사마씨 편을 들지 않는다。정당방위는 그냥 핑계고 너희들은 근본부터가 사기꾼, 같은 욕설만 있지 =3=

마치 동탁이 아직 권력을 잡기도 전에, 동탁은 위험한 놈이라고 경계하던 낙양의 관료들을 보는 것 같다。누가 망탁조의 라인의 마지막 아니랄까봐 말이다。

그럼 중달의 마음은 무엇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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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년에 사마사의 첫번째 처(妻)였던 하후휘가 사마사의 야망에 근심하다가 음독(飮毒)했다는 -- 충격적인 기사가 갑자기 등장한다。위나라는 228년에 조휴, 231년에 조진이 죽고 두 사람의 군권이 중달에게 집중되는 가운데。사마부가 도지상서에 임명된다。이건 요즘으로 치면 재경부 장관.. 고로 사마씨가 위나라의 군사와 경제를 모두 독점한 상황에서, 사마사는 야망을 품고 하후휘는 자살한 것이다。이때는 아직 위명제 조예가 건재했으니 사마씨 일족은 조상이 권력을 잡기 전부터 남다른 뜻을 품고 있었다는 말씀 =3=

일단 사마씨 일족은 낙양에 지역 기반을 둔 명문가에, 팔달(八達)이라 불릴 정도로 중달의 여덞 형제 모두가 유능했다 - 사마씨는 조씨를 섬기면서 북조(北朝)의 권력 중심에 들어갔고。다른 귀족 가문과의 혼인을 통해 귀족 국가였던 위나라에서 자신의 동맹 세력을 착실히 확장했다。뿐더러 중달은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곽회, 손례 등 군부의 주요 인사들과도 깊은 친분을 맺었고...  

중앙 정치의 귀족, 외적으로부터 국가를 구한 명장(名將), 명성, 국가의 군사와 재정을 장악, 집에 돈 많음, 군부의 지지, 귀족의 지지까지 확보한... 진짜 옥좌까지 딱 한걸음 남은 상태에서 조상이 처음에는 사마중달을 의심하지 않았다는 기사는 - 오히려 조상이 그만큼 세상의 물정을 잘 몰랐다는 뜻이다。조금이라도 분위기 파악을 했다면, 조금이라도 정치 공학을 안다면 의심하는게 당연했고。하후휘처럼 조금만 지혜가 있어도 일단 의심했고 -- 중달을 무고했다는 하안이나 필궤 같은 조상파 신료들도 어쩌면 국정 경험이 없는 조상에게 냉엄한 현실을 귀뜸한 것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조상도 이들의 말을 듣고보니 뭔가 수상쩍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챘고。이때부터 사마중달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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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은 정말 중달을 죽이려고 했을까? 여기서 조상은 중달을 태부로 승진시키는, 기상천외한 대응을 하는데。태부는 명예만 있고 실권은 없다。표면상 승진이지만 본질은 좌천이다。그런데 문제는, 이후 조상은 특별히 사마씨를 조지려는 작업에 들어가지 않는다。하후휘가 자살하고, 조상 일파도 저 새퀴들 뭔가 좀 이상하다.. 라는 낌새는 잡았지만 - 깊게 들어가지는 않았다。물론 중달이 가짜로 병을 칭하고, 진짜로 워낙 고령이었고, 사마사가 사병 3천을 몰래 육성했다고 하는데... 일단 그걸 잡아내지 못했으니 확실히 이 일파는 무능했거나 혹은 내부에서 프락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지 않았을까 싶고。

그런데 이건 해석하기에 따라서... "당신이 공을 많이 세운 것은 알겠는데, 그래도 권력이 가문 하나에 집중되는 것은 위험하니, 나라를 위해 명예롭게 물러나시오" 라는。조상 나름대로 배려한 것일수도 있다 (!) 만약에 전한(前漢)이었으면, 무슨 이상한 핑계 하나 잡아서 그대로 조졌을텐데- 조상은 중달을 명예롭게 은퇴하는 선에서 더 이상 괴롭힐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3=

결과론적 해석이지만, 막상 고평릉 사변이 일어나자 조상은 신변을 보호한다는 중달의 약속을 굳게 믿었다。환범, 정밀 같은 사람들은 펄쩍 뛰었다는데... 조상이 처음부터 중달을 죽일 생각이 없었고, 중달의 은퇴에서 끝낼 생각이었다면。그럼 조상은 중달이 자신을 증오하는 이유가 없다, 중달도 위나라 원로이고 - 자신도 중달의 은퇴에서 마무리 지었으니, 중달도 자신을 은퇴에서 정리하리라 믿었던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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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조상이 진짜로 중달을 제끼려고 했다면 - 그럼 중달이 몰래 육성한 사병까지 일으켜 수도 낙양을 점령한, 비상 사태에서 자신을 살려주리라 생각 할 이유가 없다。사서는 조상이 찌질해서, 낙양에 황후가 있어서, 병사와 신료들의 가족을 중달이 포로로 잡아서 등등의 이유를 내지만? 조상에겐 황제가 있었고 국가 재정을 담당하는 대사농 환범이 조상에게 투항한 상태였다。조서를 내려 이탈하는 신하들의 마음을 붙잡고, 낙양에 남은 관료들의 투항을 장려하고, 지방에서 원군을 불러 낙양을 포위하면? 천하의 중달도 버틸 수 없다。

또 하나의 근거는, 조상이 이승을 보내 중달의 병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확인했다고 하는데 - 프락치 이승은 막상 병문안이 끝나고 중달의 건강을 걱정하며 조상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기록이 있다。조상이 사마중달을 경계하는데 조상 파벌의 핵심 인사가 조상 앞에서, 중달의 건강을 걱정하며 눈물을 흘린다? 이게 말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이승은 고평릉 사변 이후 조상과 함께 반역죄로 처분)。기뻐하거나, 혹은 적어도 조상 앞에서는 표정 관리를 했어야만 한다。그런데 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조상이 진.짜.로. 중달의 건강을 걱정하여, 병문안과 원로 존중의 차원에서 이승을 보냈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고평릉 사변은 사실 굉장히 허술했고, 도박성이 강했다。철저하게 조상이 중달의 약속을 믿고 저항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어야지 성공할 수 있는 작전이었다 - 만약 조상이 중달을 상대로 사생결단을 결심하면 명분이나 군사로나 중달은 조상을 이길 수 없었다。사서는 조상이 멍청하여 중달의 꼬임에 넘어갔다고 합니다만。이건 지혜의 문제가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거든? 아무리 조상이 멍청해도 중달과 자신이 웬수라면, 그럼 미쳤다고 중달에게 투항하겠어?

즉, 조상과 사마중달의 사이는 평소에는 (물론 없는 곳에서는 서로 의심했으나) 일단 공적으로는 그닥 나쁘지 않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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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조상의 이런 나이브한 예상은 빗나갔다 - 조상과 하안, 필궤, 정밀, 환범 같은 파벌들이 모조리 죽는데... 이게 위나라에서 대대적인 숙청이 진행된 것 같지만, 의외로 허술했다。일단 조상 파벌이 국가의 안위는 무시하고 자신들의 부정축재에만 열을 올렸다고 합니다만 -- 등양 같은 놈이야 그랬고 하안, 필궤 같은 애들은 그래도 기본적인 개념은 있었다。조상 일파도 자기들끼리 사이가 나빠서 하안하고 조상하고 서먹했다는 설도 있고。

하후현, 종회처럼 조상 파벌과 사마씨 파벌에 둘 다 줄이 닿은 인물들도 숙청을 피했다。훗날 사마씨에게 반기를 드는 관구검, 제갈탄, 진태 등등도 이 사건에 대하여 조용했고, 사마씨도 이들을 검증하지 않고 넘어갔다。반면 이번 사변에서 중달의 참모 역할을 했던 장제는 중달이 약속을 어기고 조상을 죽이자 죄책감에 병을 얻어 사망했을 정도로... 적과 아군의 경계가 모호하고 불분명했던 셈。갑자기 조용히 있던 왕릉이 "중달이 했는데 나라고 못하겠어?" 하면서 반란 일으켰다가 걸려서 쫄딱 망하질 않나 ㅠㅠ

뭣보다도 고평릉 사변은 249년에 터졌는데 중달이 2년 후에 사망하면서.. 사마씨가 무리하게 적과 아군을 구분할 수 있는, 그런 상태도 아니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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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말하면, 고평릉 사변은 철저하게 사마씨 일족의 통수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 너무 조상 편을 들었나? 그런데 이거 외에도 사마씨 일족이 야심을 품고 위나라를 사보타지한 일이 하나 더 있어서... 그건 나중에 또 글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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