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감상문 N.O.T.E


솔직히 말해서... 나에게 있어서 올림포스의 주신들이나 1세기 이스라엘에서 인신공양을 했던, 지금은 더 이상 숭배되지 않는 악신(惡神)들이랑 큰 차이를 모르겠어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하는 책의 서문에 꼭 나오는 말이 올림포스 주신들은 인간적이고 윾쾌하고 인간과 함께 웃고 울고.. 


어딜봐서?


아르테미스와 악타이온의 이야기를 번역한 작가들은 그걸 보고도 정말 아무 촉이 잡히지 않는건가? 아무리 개기고 비벼도 올림포스의 주신들이 인간을 보는 태도는 동탁이 자기 집에서 일하는 시녀를 보는 태도와 큰 차이가 없다 - 상태 안좋은 니체주의자들이 어설프게 슈퍼파워를 지녔을 때. 위기의 주부들 주인공들이 신이 됐을 때. 원더우먼과 슈퍼맨이 도덕을 괘념치 않기로 결심하면 딱 이렇게 될 거 같은데?

연민이나 동정심, 공감하는 마음씨가 없지는 않았으나 그건 인간이 잔인하게 도축되는 돼지나 학대받는 개를 보며 품는 그런 성격의 마음씨겠지


올림포스 주신들은 그냥 자신에게 '좋음'과 '싫음'이 도덕의 기준이었던 거 같다 - 그나마, 그나마 주신으로서의 책무 의식은 있어서 세계를 유지하는데 하지 않음 안되는 일은 도맡아서 열심히 했다는데 점수를 줄 수는 있지만 올림포스 주신들에게 인간이란 신분제 진짜 심각한 나라에서 왕족이 노예를 보는 그런 심리와 크게 다르지가 않다 

그나마 올림포스 주신들은 상태가 좋아서 인육을 섭취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특권주의에 자기중심, 여기에 슈퍼파워가 융합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악신이 탄생했는데 서구 사회가 현대 정치, 사회, 경제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면서 그대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결론은, 크레토스, 참 잘했어


덧글

  • 안녕하세요 2017/12/06 22:42 # 삭제 답글

    그런데 보통 사람들도 자신에게 좋고 싫음이 도덕의 기준이 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일관성 측면에서 볼 때 생각보다 도덕적인 사람은 흔치 않고 사람마다 도덕의 기준도 다른 거 같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별 생각없이 자신의 기준이 옳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나치게 도덕적인 사회도 갑갑하고 살기 좋은 세상은 아닐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자기 뜻대로 다른 사람을 조종하고 깍아내리고 싶을 때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도덕인 거 같아요)

    글을 보면서 신은 인간과 달리 훨씬 힘센 존재인데 그런 존재에게 인간의 도덕관념을 요구하는 것이 조금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도덕이란 것도 결국 힘에서 비롯되는 것일테니까요 (강제주입된 집단 사고 이탈자에 대한 압력 비난 따지고 보면 도덕 강요도 굉장히 폭력적인 면이 있죠 이걸 도덕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정말 도덕적인가?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도덕이 선함과 연결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들고요) 물리적인 것 말고도 동정심의 자극이나 설득 등의 심리적인 활동 역시 힘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말초 2017/12/06 23:19 #

    굉장히 진지한 덧글이 달려서 놀랐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만.. 혹시 DC 코믹스 아십니까 -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그린랜턴, 플래시 같은 차라(캐릭터)들을 창조한 미국 굴지의 코믹스 회사죠
    - 제가 갑자기 뜬금없이 DC 코믹스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 DC 코믹스의 서사가 서구의 신화와 서사가 유사합니다. 그래서 저는 천년쯤 지나면 우리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분석하듯 문헌학자들이 DC 코믹스를 신화학의 관점에서 연구하리라 보는데 이 DC 코믹스에 나오는 슈퍼 히어로들을 '신'으로 환치하면(실제로 슈퍼 히어로들은 그 권능 하나하나가 신급이고 실제로 신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올림포스의 주신들과 비교해보면 올림포스 주신들이 얼마나 망종인지 견적이 나오거든요

    DC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들은 기본적으로 가디언(수호자)의 역할을 합니다 - 이건 마블 코믹스의 명언이지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있다는걸 잘 알고 있고 인류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도 버릴 수 있는 - 굉장히 이상적인 소방관이자 군인이죠

    그런데 올림포스의 주신들은 가디언 역할을 하기는 하는데 탑 프라이어리티는 인간이 아니라 '올림포스' 입니다. 정확히는 세계의 질서를 관장하는 올림포스, 올림포스를 지키면(춘하추동, 생로병사 같은) 세계의 질서를 지킨다고 믿습니다 - 그 과정에서 인간은 뭐랄까, 전쟁 터졌을 때 함께 피난가는 애완견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 지킬려고 노력은 하고 죽으면 슬프지만 죽으면 어쩔 수 없고 상황에 따라서는 죽여도 어쩔 수 없다고 믿는... 슈퍼맨이 제우스처럼 유부녀 후리고 다니거나 그러지는 않잖아요? 그 양자간의 입장 차이가 있고 그런 의미에서 올림포스 주신들은 그냥 노예를 조금은 더 소중하게 다루는 귀족 정도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거죠

    물론 고대 그리스와 현대 미국인의 문화적 배경이나 정서는 완전히 다르기는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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