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bye, Mr. President N.O.T.E




생애 첫 박사모

처음에 생애 첫 박사모 이야기를 작성했을 때는, 밤 늦어서 정신이 헤롱헤롱한 상태라 빼먹은 이야기가 있다

믿거나 말거나 나는 박정희에 대해서 - 호감도 없고 악감도 없다
그냥 역사책에 나오는 사람? 나에게 있어 박정희가 가지는 실감은 최충헌, 이성계 정도로 다가오는데 역시 그 시대를 직접 경험한 사람은 나하고는 무게감이 좀 많이 다른 모양이다 - 생판 모르는 남을 저렇게 증오 할 수 있다니 사랑, 당신은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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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를 좋아하는 어른들은 경제를 살렸다는 이야기를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모두 빼먹지 않고 말했지 -
그런데, 경제라는 업적에서 전두환이 남긴 족적도 굉장히 크거든 -- 유럽 레벨의 사민주의 복지 정책이 도입된 것도 전두환 시대의 일이었고 - 박정희가 광개토왕이면 전두환은 장수왕 정도의 역할을 했는데 이상하게 다들 전두환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물론 전두환을 박정희처럼 좋아하는 어른들도 있지만 적어두 문제의 그 선생님은 전두환 이야기를 진짜 조금도 하지 않았다 - 박정희의 공이 크다면 전두환의 공도 결코 적지 않은데 왜 전두환은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박정희는 데미갓이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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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한병태는 엄석대의 몰락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 어렸을 때, 나는 한병태의 마음을 정말 이해하지 못했지만 내가 박근혜가 탄학될 때 비로소 한병태의 마음을 이해했다

알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 박근혜 탄핵이 가결되기 하루 전날 청와대는 5단 케이크를 준비했다. 탄핵이 부결될 것을 예상하고 미리 파티를 준비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 그것도 팔대빵이라는 압도적인 가결이 나왔고 이때 박근혜는 화장이 지워질 정도로 서럽게 펑펑 울었다는 방송을 듣고서 나도 눈물이 찔끔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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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진짜 몰랐구나 - 진짜 아무 것도 몰랐고 진짜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과 이런들 저런들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저렇게 되는구나 - 그 몰락이 서러울 정도로 장엄해서 연민의 감정이 생기더라는 것이다

팟캐스트에서 박근혜 정부의 정책들에 대한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다 - 이중에서 가장 압권은 세월호 고의침몰설

그런데 나는 이 뉴스를 보고서 세월호 고의침몰설을 부정하게 되었다 - 진짜로 아무 것도 몰랐던 것이다. 그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대통령 예하 1급에서 9급까지 진짜 아무도 무엇도 몰랐다

박사모가 진짜로 박근혜를 사랑했으면 -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지 말고 국회의원까지만 만들었어야만 했다 - 자택에서 화조풍월을 읊고 하나의 '상징'과 '예우'로서 남았다면 지금도 박근혜는 행복한 여생을 보냈을 것이다 -- Gott ist t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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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를 아무리 싫어해도 지금까지의 한국 역사는 박정희 패러다임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 박근혜로 이제 박정희 패러다임은 깨졌다. Gott ist t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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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 중에서, 당연히 박정희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 - 그런데 박정희를 싫어한 것이 아니라 박정희가 만든 세계를 싫어했다

체벌, 위계, 상명하복, 강압, 두발 규제, 그런 것들....

어른들이 박정희와 박정희가 만든 세계를 구분해서 접근했음 좋았을텐데 =3=

덧글

  • 흑범 2018/03/09 15:09 # 답글

    박정희 대신 남성연대의 심헌 성재기를 넣는다면, 주변에서 비슷한 행동 느낌을 가진 표본을 더쉽게 찾을수 있을게요. 본인이 그란 현상을 이해하기도 훨씬 빠를 것이고
  • 말초 2018/03/10 08:05 #

    아이참 흑범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박정희와 성재기가 동급이 되잖아요! 저는 성재기 대표를 잘 모르지만 아무리 그 분이 그래도 박정희와 동급은 좀 아니지 않나요?
  • 흑범 2018/03/10 08:10 #

    박정희를 존경하는 사람들이나
    성재기를 존경하는 사람들이나

    행동패턴은 비슷함 덧붙여서 반골기질이 있으먼서도 보수적성향인 것도 남한태종과 심헌의 공통점이기도 하고
  • 2018/03/09 15:43 # 삭제 답글

    그 구분이 어려운 게 아닐까요? 그 인물에 그 세계를 투영하는 것 같은데, 지금 어떤 인물에 대한 지지하시는 분들도 자신의 이상형을 그 정치인에게 투사한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 말초 2018/03/10 08:17 #

    박정희가 박정희 세계를 만들었을까요, 세계가 박정희를 만들었을까요? ㅋㅋ

    박정희의 멘탈리티는 에도 바쿠후 말년의 사스마와 조슈번의 사무라이 멘탈리티.. 즉, 명치유신의 주역들의 멘탈리티와 상당히 유사해요 - 그리고 저는 이게 욕을 먹을 이유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박정희는 일제 시대에 태어났고 그 시대 군인의 길을 걸었던 사람들은 명치유신의 일본 장군장교들을 굉장히 존중했어요. 김재규조차 노기 마레스케를 좋아했으니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일본이 외세의 압력을 받는 가운데 몇몇 기개를 지닌 영웅들이 나라를 발전시켰다는 서사는 매혹적이잖아요?

    우리가 박정희 세계 박정희 세계라고 욕하지만- 진짜 그 근본은 명치유신 세계에요. 박정희에게 진짜 책임을 묻는다면 그 세계를 동경했고 그 세계를 그대로 받고 연장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정도.. 이 분께서 천성이 힘을 숭배하는 그런 것도 분명히 있기는 했지만요 =3=

  • Mediocris 2018/03/10 01:38 # 답글

    <박근혜로 이제 박정희 패러다임은 깨졌다>는 꿈이야 행복하겠지만, 공허하다. 박정희는 민중의 가슴에 그냥 살아있는 존재다. 주인장이 죽었다고 믿고 절규하는 존재, 그래서 신이다.
  • 말초 2018/03/10 08:03 #

    절규는 잘 모르겠고 이경규는 좋아합니다

    복수혈전, 띠용~ 별들에게 물어봐★
  • Mediocris 2018/03/10 14:26 #

    박정희 흠모자 이경규를 좋아한다니 그나마 다행이오. 댁에게 그 이상을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이경규 영화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 힘들 테고…
  • 2018/03/10 01:23 # 삭제 답글

    저게 장례식 때 쓰인 곡이었다던가요. 아무튼 박근혜가 박정희만한 인물이 아니었다는 것은 명확해졌지만 박근혜 똥망 이미지가 박정희까지 물귀신처럼 끌고 망가뜨릴지는 모르겠어요. 딸 잘못 키웠다 하기엔 워낙 비명에 갔으니까.
  • 말초 2018/03/10 08:02 #

    저는 이명박이 산업화 세대의 이성을, 박근혜가 산업화 세대의 감성을 상징한다고 생각해요 - 이명박은 특히 전후세대 멘탈리티의 표준입니다. 별명도 '불도저'였고 경제를 살리는 방식도 토목이었잖아요? 박근혜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겠죠..

    그리고 그 두사람이, 정말 너무 처절하게 몰락했잖아요. 뭐, 아직도 일각에서는 탄핵이 잘못됐다는 주장이 있고 이명박이 나라를 살렸다고 믿는 분들도 있기는 있는데 진짜 소수파고.. 조중동조차 그런 주장을 받지 못해요 -- 박근혜 탄핵은 원래 새누리당의 적극 협력이 있어서 가결될 수 있었고요. 새누리당과 조중동조차 더 이상 박근혜는 안되겠다는 판단이 섰다는거죠

    왜 이명박과 박근혜가 당선될 수 있었을까요? - 박정희 시대를 어게인하라는 강력한 열망, 이라고 진보 언론지는 분석하지만 이것도 잘 발라보면.. 결국 목적은 '돈'이에요. 그리고 저는 이걸 욕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아니, 사회에서 내가 나의 이익을 지키려고 하는걸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그래서 다들 삶이 많이 나아졌죠? 집도 사고, 차도 사고, 통장에 돈도 많이 들어왔죠? 노후가 안락하게 보장되고 있죠?

    그게 되지 않는다는걸 10년을 통해 천천히 검증한거죠 - 그것도 굉장히 강력하고 원석 같은 두 대통령을 통해서

    이렇게 말하면 마음의 상처가 되겠지만, 현실이 그렇다는 거죠 -- 정말로 박정희가 사람들 마음 속에 아직도 카미사마로 존재하고 있음 그럼 근원적으로 박근혜 탄핵 가결도 안됐고 감옥에 있지도 않아요. 산업화 세대가 얼마나 가족과 나. 부모와 나. 업적과 나. 직업과 나. 과거와 나를 분리하지 못하는 사람들인걸요
  • ... 2018/03/11 08:18 # 삭제

    가족과 나, 부모와 나, 업적과 나, 직업과 나, 과거와 나를 제맘대로 분리하는 사람은 그냥 멋대로 살겠다는 폐품 아닌감...? 저게 유기적으로 연결된 세상이 바로 사회 그 자체인거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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