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 붕괴의 기원 N.O.T.E




내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한테 맞은 학생이 경찰에 신고해서 그게 뉴스를 타고 전국에 방송되는 일이 있었다
- 이걸 기억하는 이유는, 그 사건이 터지고 이삼년 동안 학교 선생님들이 계속 그 신고한 학생을 종/조회 시간에 엄청 비토했거든


『감.히. 학생의 신분으로 선생의 체벌을 신고할 수 있느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 것이 이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가지는 유구하고도 아름다운 전통 
일본에서는 선생이 학생 손바닥이 부러지도록 체벌하자 학부모가 선생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스승의 날 회초리를 선물하는 전통이 있었다 (진짜?)
다 너희들을 사랑해서 그런거다 (진짜????)』


뭐 이런 이야기들을 하셨지

지금은 사라진 EBS 하이틴 장르의 드라마에서도, 이 사건을 오마쥬한 에피소드가 하나씩은 있었다 - 학생(주로 여학생ㅋㅋ)이 자신을 체벌한 선생을 신고하고 경찰이 출동해 학교가 난리가 난다. 그러나, 여학생이 곤경에 처하자 선생님은 과거의 일은 잊고 목숨 걸고 그 여학생을 구한다. 선생님 죄송해요 엉엉, 아니야 괜찮다. 우리 저 태양을 보며 함께 뛰어갈까? 네 선생님 ^^ Happy Ending

그러나, 선생님들이 우리에게 모든 이야기를 다 해주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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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선생님들이 선생님의 권위를 부르짖은 이유 - 그것은 마치 고려의 무신 정권처럼, 선생님의 권위가 없어서 한바퀴 거꾸로 돌아 권위를 내세웠다 - 이의방이나 최충헌 같은 고려의 무신들이 문신들을 마구잡이로 죽여 엄청난 권위가 있는 것처럼 과시했지만 실상은 쿠데타로 권력을 잡아 언제 정적들에게 암살될 지 몰라 폭력으로 겁을 준 것에 지나지 않았던 것처럼 --

그러나, 선생의 권위가 처음부터 없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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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60년대부터 80년대 사이에 엄청나게 경제적으로 급성장하면서 - 그때는 진짜 학생들끼리 『할 거 없음 선생이나 해라』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주고 받았다 - 요즘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말이지만 경제가 흥하고 일자리가 넘쳤던 그 시대에 교직원을(정확히는 공무원을) 사람들이 높게 치지 않았다

정말 냉정하게 말하면, 한국전쟁 이후 누구도 진정으로 선생이란 직업을 존경한 시대는 없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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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IMF 이후로 기억하는데) 학부모가 학교를 기습해 자신의 자녀에게 체벌을 가한 교직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건도 뉴스를 탔다 - 영화 두사부일체에도 이런 장면이 나오고 영화나 뉴스에서는 그런 학부모를 무개념하고 몰상식한, 일방적인 절대악으로 설정했지만 동전에도 양면이 있는 법

영화에서 여선생 머리채를 잡아댕긴 그 여사님은 아마도 어린 시절에 학교 선생님에게 부당하고도 지독한 체벌에 눈물을 흘리거나 촌지를 요구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혹시 부모님이 2018년 기준으로 50대가 넘으셨다면 혹시 학창 시절에 이상한 선생님 없었냐고 여쭤보라 - 그때는 방송 매체가 없어서 묻혔지 요즘 같았으면 교육부에서 감사 보내는 레벨로는 부족할 일들이 일상처럼 벌어졌다

웹툰 송곳에도 나오지 않나? 촌지 안준다고 학생 패고.. 그땐 그랬지


참 괴랄한 시대였다 - 유교 전통과 PTSD가 공존하는, 그래서 선생을 일단 공경은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원망하는, 그러나 그것을 입밖으로는 내지를 못했던 시대 -- 그 응어리를 치유했어야 하는데 치유되지 못한 상태로, 자녀를 낳았고, 학교에 보내고. 선생이 애를 때리고.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폭주해서 교실로 진격하셨겠지 (물론 그 분께서 '그냥' 무개념 절대악일 가능성도 오픈되어 있으므로)

그 분이 잘했다는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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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보면, 늘 뭔가 화가 나 있고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는 선생님들이 꼭 있었는데 - 동기들은 사회에서 경제 성장의 과육을 따먹으며 떼돈을 벌고 있는데 자신은 학교에서 새끼들 뒤치다꺼리나 해야 하는 그 현실의 울분을 그런 식으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한국 경제는 급속도로 나빠졌고 이제 교직원은 결혼 정보 업체에서 가산점을 줄 정도로 굉장히 메리트 있는 직종으로 바뀌었는데 그 선생님들 은퇴하지 않았다면 지금은 얼굴에 웃음꽃이 피셨으려나? 

그때 선생님을 112에 신고한 그 학생은, 지금 잘 지내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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