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너의 집 N.O.T.E



파괴지왕(破壞之王)

이렇게 한번 생각을 해보는데, 에코 세대와 N세대 중에서 부모와 사이 좋은 사람이 은근히 없거든 - 인연을 끊은 사람도 있고, 불효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사람도 있고, 서로 대화가 완전히 단절된 사람도 있고

내 주변에서 사이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의 비율이 약 3:7에서 4:6 정도? -- 

원래 이 글은, 한번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쓴다 - 원래는 우리 세대가 부모와 사이가 서먹한 이유를 분석했는데 완성해서 읽으니 너무 당연한 소리를 했다 - 그리고, 글을 다 쓰고서 뭔가 괴랄한 깨달음이 나를 엄습했다


현실적으로, 가족과는 사이가 좋은 게 디폴트가 아니라 나쁜 게 디폴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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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사이가 나쁜 사람들은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는 거 같다


1. 부모가 금전적으로 충분히 지원을 해주지 않았다
2. 부모가 따뜻하고 상냥하게 자신을 양육하지 않았다


1번의 경우 이것도 케바케 - 돈이 없어서 지원을 한 걸수도 있고 돈은 있는데 가족이 공유하는 괴랄한 신념(여동생이 오빠보다 좋은 대학에 가면 오빠 자존심이 상하잖니, 같은?) 때문에 지원을 할 걸수도 있다

2번은 정말 순수하게 - 방임주의든 양친이 맞벌이에 나섰든 -- 과도한 간섭과 체벌까지 다 포함한 개념.. 조금 있어 보이는 용어를 쓰면 정서 학대 같은 개념이랄까.. 

그럼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자녀와 부모가 사이가 좋기 위해서는 물질적으로 정서적으로 풍요롭지 않된다는 것이건만.. 과연 요즘에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풍요로운 집이 얼마나 있을까


마치 요츠바랑, 짱구는 못말려에 나오는 그런 집이 한국 사회에 얼마나 있겠어.. 참고로 요츠바 아빠랑 짱구 아빠는 일본에서도 엄청나게 돈을 잘 버는 부유층 축에 든다고 알고 있다 - 반쯤 유머지만 일본에서 2층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이 가난하리라곤 생각하기 어렵다 - 

기본적으로 많이 버는 사람은 일도 많이 한다. 자녀와 따뜻한 시간을 가지기 위한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 일도 적게 하면서 돈도 많이 버는, 그런 God's Job을 가진 사람은 세계적으로도 진짜 극소수에 불과하겠지


나도 이 글을 쓰면서, 내 생애 저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사람이 내 주변에 있는지를 정말 심각하게 고민을 해봤는데 진짜 한명도 떠올리지 못했다 - 어떤 집이든 뭔가 흠결은 있었고 그 흠결이 정말 기괴하게도 우리의 마음을 후벼파는 지점이었다 - 브라흐만의 장난 같았다. 너는 사랑받고 싶은 아이니까 칭찬하지 않는 않는 돈 많은 부모 밑에서 자라거라 ^0^, 너는 화려한걸 좋아하는구나 가난하지만 마음씨 따뜻한 집에 태어나렴 ^0^


그럼 우린 애초부터 마치 에덴 동산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무리한 소원을 소망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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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나도 부모하고 사이가 좀 서먹하거든 - 원망하거나 그러지는 않지만 내가 어떤 고민이 있거나 고통스런 일이 있어도 부모에게 상담을 하지 못한다 - 내 부모가 좀 많이.. 냉정한 성격이거든

하지만 the 냉정한 성격과 판단력이 있어 사회에서 살아남아 돈을 벌 수 있었다 - 만약 아버지가 따뜻하지만 우유부단한 성격이었다면, 그래서 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우리 집에 큰 상흔을 남겼겠지

만약에 우리집이 무능한 부모로 인해 가난했다면, 그래서 내가 그 경제적 압박 속에서 성장했다면, 낙원구 행복동에서 라면만 끓여먹으며 살았다면.. 과연 그래도 나는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나는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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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이냐면,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건 가족이라도 불가능에 가까운 엄청난 업(業)이고, 높은 확률로 가족은 당신을 실망시킬 것이니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방책(防策)을 마련하는 거 외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족이 서로 친근하고, 사이가 좋고, 피는 물보다 진하고.. 그렇게 믿었는데 - 오만한 오판이자 미신적 믿음에 지나지 않았던 거 같다. 나는 부성애나 모성애가 선천적으로 있다고 믿지만,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아마 이렇게 말하는 우리도,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 적이 몇번이나 있을까 - 그것도 몇십년을 지속해서..! 나도 그런 적은 한번도 없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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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자신이 그 쓰라림에서 해방될 수 있는 방법을 궁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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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8/03/24 11:08 # 삭제 답글

    말초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타인과의 관계에 생각이 많으신가요.
    부모도 본질적으로 나와 다른 타인이기도 하니까요
  • 말초 2018/03/24 11:33 #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에게 관심은 없지만 사람이 걷는 길에는 관심이 많은 성정이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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