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동(反動)의 동양 철학 N.O.T.E




소국과민 파이널

먼저, 여기서 말하는 반동은 야인시대에서 빨갱이 아조씨들이 입에 달고 사는 욕설, the 반동이 맞지만。중립적인 의미로 쓰였음을 미리 말합니다, 아멘。

서양이나 동양이나 - 태고(太古)의 삶을 그리워하는 정서는 있었다。구약에서는 에덴, 유교 경전에 나오는 요순의 치세.. 특히 서양에서는 헤겔의 변증법 철학이 등장한 이후로도 에덴 동산을 비정하려는 여러 부질 없는 시도가 있었지 

내가 고등학생 때, 오래된 미래라는 기행문이 국어 교과서에 있었거든 - 거기서 라다크라는 지역이 나오는데 서구 문명이 라다크를 개발하기 전에는, 라다크는 가난해도 사람들끼리 행복하고 특히 여성의 지위도 높았다。그런데 서구 문명이 라다크를 개발하면서 물질 문명은 크게 발전했지만 라다크에선 불평등이 생기고, 차별 당하는 사람들이 불행하다고 느끼면서。과연 문명의 발전이 정말 인류의 행복과 연결되는지 의문을 던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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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에는 구석기나 신석기, 송나라나 한나라, 동로마나 서로마나 다 옛날로 보이겠으나 - 느려도 인류 문명은 발전하고 있었고 계층도 꾸준히 분화되고 있었다 -- 우리가 하나로 묶는 춘추와 전국 시대도 사회가 너무 변해 공자와 맹자의 사상도 성격이 크게 다르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류는 각자가 속한 입장이 달라지고,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고, 갈등이 심해졌지。

태고의 사람들은 조그만 마을에서 꼬꼬마 텔레토비나 스머프처럼 차별도 차이도 없이 살았을거란 얘기다 - 사망률도 높고 가난했지만 - 코끼리 상아에 죽어도 인간의 손에 죽진 않았으리라。그런데 문명이 발전해서 코끼리 상아에는 죽지 않아도 이젠 돈으로 사람을 죽이는 일이 발생하는데 여기에 코끼리 상아에 죽는 사람도 계속 있으니 -- 그럼 당연히 0 > -1 의 논리로 옛날이 좋았다는 한탄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나

카인과 아벨의 전설도 - 결국 계층 갈등이다。 카인은 농경, 아벨은 유목 -- 같은 엄마에서 나온 사람들조차, 인류가 농경과 유목을 병행할 수 있을 정도로 문명은 발달했지만。형제조차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갈등이 커졌고 결국 살인으로 그 갈등을 해소한다。 

이건 지금도 비슷하지 않나 - 박정희 시대를 그리워하는 어르신들, 영국 산업혁명 시절에 있었던 기계 파괴 운동이라던가.. 이걸 보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과거를 아름답게 기억하는 엽기적인 심리가 있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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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지점부터 동서양의 입장이 달라지는데 - 서양은 옛날로 돌아갈 수 없음을 쿨하게 인정하고 동양은 옛날로 돌아가자는 무한도전을 시작한다。유교는 주나라로 돌아가자, 도교는 소국과민으로 돌아가자 (소국과민은 후대의 조작이지만)。장주와 묵적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공동체가 신화 시대의 원시 공동체를 모델로 삼았음이 분명하다 

인도의 간디조차도 대단히 복고적인 농촌 공동체를 지향하는데 도덕경의 소국과민하고 유사하다 -- 

그럼 이 지점에서 두가지 의문이 생긴다


1. 과거는 지금보다 살기 좋았을까
2. 과거로 돌아가는게 가능할까


동양 철학 특유의 보수성이 과거 예찬에서 태어났다 - 그럼 과거가 정말 그럴 가치가 있는 시대였는지 치밀하고도 냉철한 분석과 비판이 필요하건만 동양이, 특히 중국 사상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유교가 이 지점에서 진짜 나태했다

덧글

  • ,,,vv... 2018/05/30 00:04 # 삭제 답글

    현존하는 그 반동의 최종보스가 이슬람(...)이죠.

    사실 좋았던 옛시절은 서양사상사에서도 그렇게 오래되거나 먼 이야기는 아닙니다. 쿨하게 인정하고 자시고의 문제라기보다는 뭐라고 할까.... 하부물질구조의 변화가 형이상학적인 이념을 압도했다고 하는게 더 옳지 싶네요. 간단히 말해서 근대에 들어서 과학, 산업혁명이 다 바꿔버렸다고 해야할까요. 물론 그 산업혁명의 이념적인 바탕 어쩌구 저쩌구에 대해 논해볼수도 있겠지만, 이부분은 왜 서양이 동양보다 이런면에서 먼저 발달했냐에대한 연구쪽을 보는게 더 편할겁니다. 쉽게 보실만한 전공교양책들도 제법 나와있는데 거기선 그냥 별 이유없이(나름 이유를 들긴 하는데 정작 따지고 보면 진짜 그냥 어쩌다보니까 그렇단 정도의 이야가더군요), 굳이 꼽자면 환경적이거나 그런 몇가지 요인때문에 동양이 몇백년정도 뒤쳐지는 추세로 발전양식이 그냥 쭉 이어진거 뿐이라고 하더군요....

    거기서 비교로 들었던 개인당, 문명의 소비에너지라거나 여러가지 근거들에 대해선 솔직히 이견들이 꽤 많지만..... 복고주의적인 사상의 영향력에 대해선 그다지 높게 보지 않더군요. 저도 그쪽에 동의하고요.
  • ,,,vv... 2018/05/30 00:12 # 삭제 답글

    사실 역사를 보면 고대를 전범으로 어쩌구 하면서 명분은 내세우지만 제도의 구체적 실예는 그냥 그 시절 현대의 조건에 맞춘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진짜 골수까지 고대로 되돌리자는 건 동서양 불문하고 진짜 수구골통 몇을 제외하면 드물었죠. 뭐 지금은 그 드문 사례인 이슬람(...)이 너무 보편적이라서 그게 당연한것처럼 느껴질 정도긴 합니다만.....

    또 그 명분과 실제의 괴리에 대해서 좋게 해석하면야 명분이야 어찌되었건 현실에 적절하게 맞춘다는거긴 한데, '조선시대 지식인의 위선'같은 책을 보시면 알겠지만 그 허위가 그야말로 혐오스러울정도로 최악인 부분도 있어서 차라리 순결하게 명분대로 따르겠다는 마음도 심정적으론 동감이 가기도 합니다. 결과는 어느쪽도 좋지 않다는게 난감하지만 말이죠....
  • 말초 2018/05/30 07:34 #

    만나서 반갑습니다 - 서양 문명이 과거를 포기한 계기에 산업 혁명이 끼친 영향도 있을 것이지만 -- 기독교 신앙이 근본적으로 미래를 추구합니다。기독교에서는 언젠가 미래에 메시아가 재림해 심판의 날이 온다는 교리를 가지고 있는데 - 그럼 구원, 이상향은 미래에 있다는 뜻이니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하면서, 서양에선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려는 무리한 시도는 하지 않게 된 거 같아요 ... =3=

    물론 그럼에도 과거를 그리워하고, 과거를 찬양하는 문학가나 정치인, 철학자들은 서양에도 있었지만。중국의 제자백가처럼 정치의 모범으로 삼지는 않았던 거 같습니다 - 동양은 진짜로 과거를 이상향이라 단정 짓고 과거를 모델로 현실을 업데이트한다는, 온고지신 정신으로 가는데 중국이나 조선 사람들의 상소문 같은거 보면 - 다 과거 이야기를 근거로 현실 정치의 정책 방향을 정합니다。그래서 조선시대(조선시대도 진짜 할 이야기 많은데 ㅠ), 송시열과 임금이 서로 싸우는거 보면 진짜 황당하거든요..

    가령, 왕이 세금을 올린다 - 그럼 송시열은 세금을 올려서 망한 사례만 말하고 왕은 세금을 올리지 않아 망한 사례만 말하는.. 저는 이 지점에서 조선에 대한 정이 다 떨어졌는데 ㅠ

    출처 - 대학교에서 조선사 가르치는 교수님의 온라인 강의

    명분과 현실이 충돌할 적에, 지도층이 그 모순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최악으로 비루한 모습을 보여주는건 - 중국만 아니라 한국, 일본, 서유럽, 미국도 비슷해서 ㅋㅋㅋ 제국주의 시대 백인의 횡포, 왕망, 조선시대 선비들, 고려의 권문세족, 신라 말기의 호족들, 80년대 말기 한국의 운동권까지 - 노자가 괜히 지자(知者)들은 깝치지 말고 좀 가만히 있으라는 일갈이 괜히 나온게 아니구나 싶지요

  • rr 2018/05/30 13:55 # 삭제

    기독교나 그런 쪽의 메시아 사상은 그다지 미래지향적인건 아닙니다. 나중에 올 메시아니까 미래 지향적이지 않느냐 하실수 있지만 그건 기본적으로 재림(再臨), 되돌아온 고대적 옛 이상향의 회귀이기도 하거든요;; 원죄 이전의 좋았던 옛시절로 돌아가는거에요 그게.

    소위 단선적 역사와 되돌이표 역사 어쩌구 하면서 동양은 세계를 파악할때 되풀이되는걸로 이해하고 서양은 쭉 나아가는 어쩌구 저쩌구 하는 이야기를 하는데, 저 메시아 등의 그건 오히려 미래에 다시 돌아오는 영광된 과거라는 도돌이표에 가깝습니다.....

    조선시대 저 명분은 정말 짜증나요. 조선시대 지식인의 위선은 저도 읽어봤는데 좋은 책입니다. 사대부, 사림이 내세운 명분과는 전혀 다른 실제 삶에 있어서 위선적인 행태를 자료를 가지고 적나라하게 까더군요. 차라리 명분에 충실하게, 진짜 광신도처럼 명분대로 살기라도 했으면 또 모르겠지만 실질을 보면 전혀 다르게 때문에 더 기가차고 역겁죠 정말.
  • 말초 2018/05/30 14:06 #

    To. rr

    그게 또 과거로 가는군요; 이럴수가..

    그런데 - 여기서 헤겔이 등판합니다만 -- 헤겔은 인류의 이상향이 미래에 있다고 믿었어요。정반합의 원리로 사회가 발전하고 발전하고 발전해서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으면 그게 이상 사회고 그건 미래에 있지 과거에 있지 않아요

    카를 마르크스가 그 미래 사회를 공산주의라고 잘못 비정했다가 인류 전체가 20세기 내리 큰 홍역을 치뤘는데 - 모르겠어요, 기독교의 메시아 사상이 메시아가 등장한 이후 사회가 어떤 모습인가는 말하지 않아서 =3= 그런데 그게 인간 본성이 (옛날처럼) 순수하게 회복된다면 모르겠는데 아예 옛날처럼 사는 것은 아닌 거 같고 (마치 조선시대 학자들이 정전제를 후기까지 주장했던 것처럼?)。서양의 정치 철학이 과거로 돌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일단 저는 못찾겠습니다 ㅠ
  • rr 2018/05/30 15:19 # 삭제

    이전 포스팅에 보니 모르겠다는 댓글이 있던데 그것과 비슷하달까요... 그냥 정반합처럼 과거회귀적인거에서 갑자기 미래지향적인게 튀어나오기도 하고 그런거 같더군요. 그런 사상이 환경과 시운이 맞아떨어지면 확 주류를 차지해서 크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그런거지 싶은데... 으으 진짜 전문가들은 어떻게 이야기 할진 모르겠네요.
  • rr 2018/05/30 15:29 # 삭제

    마르크스, 공산주의와 기독교의 유사성을 논하는 이야기도 있는데, 좋았던 옛 시절이란 점에 핀트를 두고 이론전개를 살펴보면, 원시공산사회를 비정하는 태도를 볼 때 나중에 성취해야할 공산주의 사회라는것도 결국은 역사의 단선적인 발전이 아니라 한바퀴 뺑 둘러서 다시 다다른 좋았던 옛시절로의 복귀가 아니냐 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꽤 진지하게 논해지는 이야긴데 이것도 따져보면 복잡해서 여기선 이정도밖에 설명할수가 없네요.

    암튼 그냥 나아가자고 이야기 하는 주장속에 의외로 과거로의 회귀가 숨어있기도 하고, 과거로 회귀하자는 주장속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주장이 숨어있기도 하죠. 그게 주변 상황과 조건에 따라 이쪽으로 튀어나오기도 하고 저쪽으로 튀어나오기도 해서 골치아프죠....
  • rr 2018/05/30 15:41 # 삭제

    그래도 현재를 기준으로 살펴본다면, 말초님 말씀처럼 서양쪽이 진행, 동양쪽이 반동(이슬람은 논외로 하고요)이라고 파악해도 큰 문제는 없을겁니다. 사상사를 음양으로 나눠볼때 아주 고대에는 비슷비슷했고, 중세나 근세(혹은 근대) 들어서 서양이 진행을 양(陽)으로 두고 퇴행을 음(陰)으로 뒀다면, 동양은 역으로 퇴행을 양(陽)으로 두고 진행을 음(陰)으로 뒀다... 고 해야할까요....
  • 말초 2018/05/30 16:36 #

    To. rr

    일단 도덕경에서는 문명의 발전을 그릇에 물건이 가득 차는 것에 비유해서 그게 불길하다고 말하죠 - 달도 차면 기운다는 원리라서..

    말씀대로 중국, 조선이 아무리 과거를 찬양해도 그들의 제도는 현실과 타협했습니다 - 정말 과거로 돌아간다면, 양반이 토지를 그렇게 많이 가지는 것이 반칙이죠 ㅋㅋ 그럼 이들이 찬양하는 과거도 명분에 지나지 않았다는 주장도 충분히 합리적이라 생각합니다

    흔히 일본인들이 본심을 말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중국과 조선에도 그런 문화는 있었던 거 같습니다 -- 강력한 검열 체제와 설화(舌禍)의 경험이 있는 문화권에서는 누구나 직언을 하기가 참 어렵죠。중국과 조선에는 선비 정신이 있지 않느냐고 하는데 일본 무사도에도 주군이나 남편에게 직언하거나 직언하고 자결하는 사무라이나 아내가 도덕적인 인간으로 나옵니다。근본적으로 일본도 유교 국가였고 =3=

    그래서 가끔씩은 제도를 고치려는 사람들 모두 이게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거라는 포장지가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과거를 빌려온 것이, 모화 사상처럼 어느 지점부터는 이제 무엇이 알맹이고 무엇이 포장지인지 모르는 상태에 빠진 것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어요
  • 말초 2018/05/30 16:42 #

    그러나 유교, 특히 성리학, 특히 주리론 학파는 - 절대적인 진리가 있고 그것이 인간의 분별지로 포착할 수 있고 그건 과거에 있다는 믿음은 확실히 있었던 거 같습니다

    정약용이 주장한 개혁의 본질은 공자 시대의 유교로 회귀하자는 것이었고, 서양 제국이 동양에 출몰했을 때도 중국과 더불어 전통에 집착했던 것은, 성리학 특유의 보수성 때문이라는게 현재 가장 일반적인 주장 같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다는 반론도 제가 몇번 봤는데 - 모르겠어요, 제가 보기에는 설득력이 크지가 않더군요
  • rr 2018/05/30 19:11 # 삭제

    성리학의 가장 개그스런 점은 그게 유교가 불교와 도교와의 싸움 중에 유학이 원채 소박하던 나머지 저들이 가진 장황한 부분들에 밀리던 와중 그냥 당할순 없다고 적들의 그걸 자기나름대로 마개조해서 받아들인거란 점이죠. 그렇게나 불교나 도교를 까댔지만 사실 정작 자기자신들이야 말로 유교적이긴 했던건지 혈통(...)부터 의심스런 잡것들이란 점이죠.

    하긴, 불교라고 다들 생각하는 선종의 경우는 사실 불교의 전통이라기 보다도 소위 도가의 적통에 가깝다는 점에서 이런 혈통사기(...)는 유서깊은거긴 합니다만.

    묵자, 묵가의 경우를 보면 그의 적수들 조차도 그의 이론을 깔 망정 "그는 진실로 천하를 사랑하였다"고 그의 의도와 그의 행적 자체에 위선따윈 없었다고 인정할 정도였습니다.

    그 목적이 비현실적일 정도로 이상적이며, 이루기 위한 방식 역시도 나이브할 정도로 몽상가적이지만 행동과 수단이 목적에 합치되어있었다는 점에서 그에겐 위선따위가 없었고 때문에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서는 일종의 숭고미나 비장미 마져도 느낄수밖에 없죠.

    그에 비해 나중 조선시대 성리학자, 사림이란 것들은 정말.... 하다못해 성리학의 원산지의 경우 남송의 마지막을 그야말로 항복없이 충의와 절개를 지킨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no=73040 같은 사례를 보면 적어도 그들은 그들 자신의 순수를 죽음으로 증명하기나 했었는데 말입니다.
  • rr 2018/05/30 19:18 # 삭제

    개인적으로 그 이론의 보수성이 하부물질구조, 즉 사회생산체계나 운영체계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기 때문에 사실 유학이 아니었어도 과연 달랐을까 하는점에선 솔직히 회의적입니다. 서양처럼 기독교 사회가 동양에서 전개되었다고 해도, 환경적 조건이나 생산체계가 다르지 않다면 그저 기독교사회인 채로 보수적으로 전개되었을 뿐이라고 봐서요.

    쌀과 밀, 환경의 차이와 농사의 차이가 사회의 차이를 만들고, 이런저런것들. 뭐랄까 조껀이 좋았다고 할지 안정성이 높았다고 해야할지, 이게 역설적으로 정체로 작용해버린 사례가 아닌가 싶어서요. 뭐 저만의 독자적인 생각인건 아니고, 동서양의 역사와 발달을 비교하는 쪽에서도 비슷한 논지가 있긴 하더군요. 깊이 있게 이해하기엔 전공도 아니라서 무리였습니다만....
  • rr 2018/05/30 19:23 # 삭제

    어디었더라, 일안해도 먹고살수 있는 태평양(? 정확히 어딘지 기억이 안나네요)의 섬에서 환경적 조건이 워낙 좋아서 사람들이 딩가딩가 놀고먹으면서 살다보니 발전이라곤 없이 그냥 그대로 살었던거라고 해야할까요. 그런 조건은 나중에 외부와의 접촉으로 깨어지고 맙니다만....

    자원의 역설처럼, 장점이 단점으로 작용하고 만 사례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 말초 2018/05/30 21:08 #

    조선의 성리학이나 조선 유자들의 심리, 조선의 멸망에 관해 제가 쓰고 싶은 글이 많습니다만 - 일단 조선의 성리학자들이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일단 제가 조선시대 지식인의 위선이란 책을 읽지 않았지만 - 말씀하신 묵가 학파도 전국 말기에는 거자라는 지도자의 독재를 허용하고 나중에는 전제 지배를 인정하는, 황당한 타락을 합니다

    조선, 주로 임진왜란 때 지배층이 보여준 행동이 욕을 먹는데 - 일제 강점기에, 일본 정부가 펴낸 역대 일본의 모든 전쟁을 다 기록한 책이 있습니다 - 거기서 조선군의 저항이 강력해 가토와 고니시가 한양에 입성할 적에 병력의 절반이 사라져서 공세 임계에 도달했다는 기록도 있고。양심 있는 선비들은 선조에게 물러나라는, 반역죄로 일신과 가문을 다 망칠수도 있는 상소문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거는 잘 말하지 않죠)

    일본의 침공을 예측하지 못해 방심했다는 주장도 이제는 거의 부정되고 있습니다 - 성을 쌓는 등 방비는 했는데 민심이 험악해져서 더 이상 추진을 못했다는 것이지요。무능하고 회피하는, 형이상학에 찌든 지배층과 착취를 당해도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분연히 의병으로 일어나는 민중이란 구도는 너무 낭만적이지만。모르겠어요, 물론 김자점이나 임사홍 같은 사람도 있지만 - 중세 유럽에도 성직자들 중에 손가락에 비싼 반지 채우고, 창녀에게 사생아 임신 시킨 사람들도 있잖아요
  • rr 2018/05/30 21:18 # 삭제

    요즘 여러곳에서 인기를 끌었던 그냥 악질 조선까처럼 다 엉망이다 그런식은 당연 아니고요, 뭐라고 해야할까 설명 하려면 너무 길어서 책을 읽어야 편한데, 사림, 사대부들의 개별 주장이나 추구했던 개별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삶의 방식이라고 할만한 부분에서부터 이미 심각한 모순, 위선을 품고 시작한다는 점에서 더 답이안나온다는 그런 종류의 지적에 가까운 내용이었습니다.

    가령 시스템적인 악의 작용에는 개인적으로 선한 사람조차 더 큰 악을 위한 부품의 하나로 작용할수밖에 없는 그런 차원의 이야기랄까, 설령 개혁을 외치거나 제세구민을 외쳤던 선비 개개인이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해도 별반 소용없다는 점에서 좀 답답할정도로 피곤한 이야기더군요.

    음, 그런데 이야기가 너무 다른 쪽으로 빠지는거갔네요. 직접 사시지 않더라도 도서관에 책 신청해서라도 한번쯤 읽어볼만은 하실껍니다. 암튼 이야기 즐거웠습니다. 건필하십시요.
  • 재미있네요 2018/05/31 13:02 # 삭제 답글

    여기까지 논쟁하면서 개판 안된것 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게 봤습니다만 즐겁게 본김에 보론을 좀 해보자면,

    던컨 교수의 '조선 왕조의 기원'에서 신흥사대부란 과거 문벌귀족과 구분되는 집단은 없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알렉산더 우드사이드의 '잃어버린 근대성들' 같은 서적을 보면 동아시아의 근대성, 합리성을 관료제를 통해 분석하는데 일본같은 아주 특이한 경우를 논외로 둔다면 조선의 경우가 그중에서도 가장 봉건적-즉 귀족적인 체계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봉건적 지주로써의 사대부와, 학문적으로 가정(혹은 상정)하는 사대부 사이에 무시할수 없는 모순이 있는데 그게 가장 심한 경우가 바로 조선인거죠. 이런 구조적 문제앞에서 개개인의 심성은 사실 큰 영향을 주지도 못합니다. 언제나 명분으로써야 이상적 사대부로써의 행동을 말하지만, 구체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그게 봉건 지주로써의 자신의 이익과 '정체성'과 충돌해버리니 이게 해결불가능한 문제가 되어버린거죠. 어느쪽도 쉽게 버릴수가 없는 것이니까 더 치명적으로 작용한 것이죠.
  • 재미있네요 2018/05/31 13:08 # 삭제

    학문적으로 얼마나 성취를 이루고, 얼마나 올바른 태도를 취하더라도 귀족 지주로써의 또다른 정체성이 계속 발목을 잡습니다. 이게 조선만의 문제는 분명 아니지만, 조선이 가장 심했다는 것은 부정할수가 없습니다. 그러한 귀족적 위계, 존비의 다른 측면이 천한 존재인 노비 인데.... 조선까 논쟁에서 조선의 노비-서양의 노예 억지 비교 문제가 있었지만, 그냥 동양권(유학적 질서를 선택한 국가들) 내에서만 노비를 분석해봐도 조선이 최악이었거든요. 오직 일본정도만이 조선과 비교할수 있는 막장이었지만 서로 다른 방향으로 막장이었는지라 어느쪽이 낫다는 식으로 단정하기도 힘들다더군요.
  • 말초 2018/05/31 14:13 #

    만나서 반갑습니다 -

    조선 =3=

    조선은 제가 3~4년 전에는 관심이 있었는데 이제는 서양 철학으로 넘어오면서 ㅠ 관심이 많이 줄었죠。가끔씩 역덕들이 쓰는 글을 읽는데 학계와 역덕들 사이 온도 차이가 너무 심해 혼란만 가중됐습니다 ㅠ - 가령 학계에서는 조선에 대해 일반적으로 비판적이고 특히 정파성이 심한 학자라면 진보와 보수 모두 조선 때리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저는 무작위로 책이나 강의 듣는걸 좋아하는데 10명 중 3명 정도만 조선을 좋게 평가했고 7명은 비판적이었어요 - 특히 양란 이후 조선은 당장 망해야 할 나라라는 혹평도 들어봤고 (그 사람은 전공자가 아니었지만요 ㅋㅋ)

    역덕들은 그런 비토가 과장됐다는 여러 반론을 하는데.. 그럼 역덕들의 말을 들으면 조선은 18세기 유토피아와도 같다는 것입니다。- 가령 조선이 너무 형이상학적인 학문에 몰입해 망했다는 학계의 주장이 있음 역덕들은 현실적인 개혁을 추진한 상소문이나 정책을 보여주면서 반박을 하는 식으로 싸우지만.. 큰 흐름에서 조선 사대부가 퇴계 라인이든 율곡 라인이든 리화(理化)가 이뤄졌고 결국 서양 제국이라는, 그들의 관념으로 계측할 수 없는 문제가 닥치자 대응을 못해 조선이 망했다는건, 뭐 이건 팩트가 아니라 해석의 문제지만 일단 망한건 사실이잖아요 =3=

    결정적으로 역덕들은 동시대 조선 사람들이 남긴 사대부 비판이나 성리학 비판은, 잘 듣지 않더라고요 - 허생전 같은거요。조선 후기 사회가 정체되고 있었고 (이미 임진왜란 직후 일본의 경제력이 조선을 추월) 농민 반란도 일어나고 있었는데 -- 그때가면 갑자기 30년 전쟁 이야기하면서 그래도 조선은 이런거 없지 않았느냐면,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죠 =3=

    서양의 발전은 유럽의 수십년도 지속되는 내전에서 비롯된 것이라 -- 결국 전쟁이 적은 조선이 비록 문명이 정체는 됐어도 살기는 좋았다는 그런 주장도 합리적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병자호란 때 백성들이 지배층 욕한거나 동학 혁명 이런 것도 사실이란 말입니다..

    이야기가 너무 산으로 갔습니다만 - 말씀대로 조선 유자들은 땅을 처묵하는 순간 공중니의 의지를 버린거죠。현실, 시대적 변화 아무리 변명해도 약자를 향한 공감을 강조하는 중니의 철학에 완전 정면으로 반대하는 짓이고。그럼에도 그들이 토지를 포기하지 못한 것은 결국 도덕적 이상과 경제적 이익에서 이익을 취한 것은 맞죠。이걸 욕하기는 조금 양심에 캥기는데 말이야 그렇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성현처럼 살겠습니까? 저도 공자의 삶과 부자의 삶 중 하나 택하라면 부자의 삶으로 가겠지요 =3= 그리고 부자의 삶이 꼭 나쁜건 아니죠

    제가 화가 나는 지점은, 이 사람들은 일단 맹자의 청빈(淸貧)을 완전히 도그마로 만들고 (가난하게 살자는게 아니라 모두가 부유하게 살자가 청빈의 진정한 의미)。절대적 진리가 있음을 믿고 자신들은 그걸 알고 있는 사람들처럼 온갖 꼰대질은 다 하면서。 막상 자신의 이익과 현실이 충돌하면, 진짜 끝까지 버텼습니다。아예 일본처럼 인간의 욕망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정서가 있었으면 이 바람을 좀 빼면서 사회를 환기시켰을지도 모르는데 - 예법에 치중해 그럴 유연성도 없었고.. 특히 후기에 과거시험에서 부정 일어나는거 보면 진짜 웃푸기만 합니다 ㅠ
  • shaind 2018/06/01 21:47 # 답글

    사실 한비자는 그런 복고주의를 엄청나게 깐 적이 있죠. 유가가 요순의 양위를 아름답다고 하지만 실은 그때는 세상이 단순해서 왕위가 아무런 이득이 없었던 것일 뿐이라는 식으로.
  • 말초 2018/06/01 22:34 #

    죽서기년을 보면 순이 요를 감금하고 요와 가족들이 만나지 못하게 했고, 소싯적에 자신을 괴롭힌 계모와 동생한테도 복수했고, 순의 선양을 받은 우도 순을 상대로 그 짓을 했다고 그러고..

    우가 하나라를 열면서 이때부턴 선양제가 끝나고 상속제가 되거든요 - 선양제가 그렇게 모범적이면 왜 성군 우는 갑자기 선양을 그만두고 상속제로 갔냐, 선양제는 그때라서 맞았지 지금은 맞지 않은데도 자꾸 선양제를 아름답다고 과장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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