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과 여자 N.O.T.E




왕필 도덕경을 기준으로...

얼마 전에, 굉장히 독특한 주장을 하나 보았다。- 도덕경은 여성 인권을 향상시키는 철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경전이라는 주장

이 사람들의 주장은 이렇소


1. 도덕경은 서로 대립되는 개념들을 다룬다

하늘 - 땅
남자 - 여자
강함 - 약함
딱딱함 - 부드러움
대국 - 소국


2. 여성적인 것이 남성적인 것보다 가치 있다고 주장한다

하늘 - 땅
남자 - 여자
강함 - 약함
딱딱함 - 부드러움
대국- 소국


3. 고로 도덕경은 여성 인권을 인정하는 성(性) 평등 정신에 입각한 경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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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이런 주장은 역사가 유구하다。20세기에 여성 투표권 등 여성 운동이 전개되면서 동양 고전들이 도마에 올랐는데 대부분의 동양 고전들이 차별적이라는 비토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도덕경은 공격을 덜 받았다。그런데, 부드러움과 약함을 여성의 덕목이라고 하나로 묶는 시점에서, 이미 충분히 차별적이다 =3=

만약에 노자가 여성 보디빌더, 여성 역도선수를 보았다면 - 좋게 말하지 않았을 것 같다 (남자 보디빌더, 남자 역도선수도 나쁘게 봤겠지만)。자연스러움을 최상으로 치는 노자에게 여성의 자연스러움이란 '부드러움'과 '약함'이다。다만 도가도 비상도의 원칙으로 그게 언젠가 틀리게 되는 날이 오겠으나 - 이런 식이면 민주주의, 인권도 언젠가는 틀리게 되는 날이 오겠지

근본적으로, 노자가 누군지는 불분명하지만, 노자가 과연 여성 인권의 향상을 위해 도덕경을 썼을까 - 내가 벌써 몇번이고 말하지만 중국은 진시황 시대부터 반(反) 국가적인 책이나 저자를 전국적으로 잡을 수 있는, 강력한 중앙 질서를 가졌다。남성 귀족들이 국가 권력을 장악한 상태에서,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하는걸 상식으로 여기는 그런 사회에서 도덕경이 여성 인권을 말한다면 그럼 이 책을 남성 권력층들이 좋다고 읽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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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이야기가 나왔으니 - 여씨춘추라는 책이 있습니다。진시황을 황제로 만든, 대상(大商) 여불위가 전국의 논객과 식객 삼천명을 불러다 돈 쳐발라 만든 백과사전이다。이 책은 도가 사상을 토대로 다양한 제자백가의 장점을 흡수한 철학적 융통성이 특징으로 잡가(雜家)로 분류하는 학자도 있고 도가(道家)로 분류하는 학자도 있는데 - 뭐, 아무튼 도가의 영항을 졸라 받았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지

그런데 이 책에서, 중국이 아주 먼 옛날에는 무려 모계 사회라고 말한다 - 자식이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고 어머니가 누군지만 알았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부계로 넘어가더니 결국 부계 사회가 되었다는 혁명적인 주장을 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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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진짜로 믿는 학자들 사이에선 부계 사회로 넘어간 시점이 문제가 된다 - 하나라 등 국가 시대로 넘어가면서 부계 사회가 됐다는 설, 한자가 본격적으로 사용되면서 부계 사회가 됐다는 설이 있는데 현재 고고학적으로 중국이 모계 사회였음을 증명하는 근거는 없고 저 두가지 설도 그야말로 가설이다, 가설。삼황오제가 신화가 아니라 역사라면, 모계 사회는 삼황오제보다 더 과거였을 것이다 

여씨춘추는 모계 사회를 황금향처럼 서술한다 - 굉장히 평화롭고 안락했고 갈등도 전쟁도 없다。공중니가 이상적으로 여겼던 주나라에서도 전쟁과 갈등은 있었는데 모계 사회는 전쟁이 전혀 없었던 모양。

그러나. 평화롭고 안락한 모계 사회는 마치 남송과도 같았고 몇몇 부계 사회를 체제로 결정한 부족은 난폭하기가 칭기스칸 같아서 부계 부족이 모계 부족을 이겼고 인류가 자연스럽게(?) 부계 사회로 갔다는 설도 있거든。(이건 중국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모계 사회에게 적용되는 가설이지만)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게 아니라, 제자백가 누구도 모계 사회를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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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철학자들이 과거를 이상향으로 여겼다고 몇번이나 말했지만 - 그들도 한계를 알았다

가령 공중니는 주나라 전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고, 노자는 소국과민 전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모계 사회가 그야말로 신화의 영역이라 아예 무시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요순도 역사로 인정한 양반들이 모계 사회는 신화의 영역으로 두었다는 것도 좀 꾸시꾸시하지 않은가 

근본적으로 이게 신화인지 역사인진 중요하지 않아 - 그 상징성이 중요하지。그런데 유(儒), 도(道), 법(法), 묵(墨).. 누구도 이 강력한 상징에 무덤덤하다

근본적으로 모계 사회와 모권 사회는 전혀 다른 개념이기도 하고 - 제자백가 누구도 여성이 권력을 잡는 체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지위를 누릴 것을 직접 주장한 사람이나 경전은 현재까지는 없다。결정적으로 도덕경은 평등을 주장하지 않는다 - 사람이 같을 수 없는 상태에서 위정자가 추구해야 하는 도(道)를 말한다。 유교처럼 대놓고 무시하진 않지만 여성을 남성의 동등한 동료로 인정하지도 않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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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vvfdf 2018/06/08 21:30 # 삭제 답글

    역사쪽에서 모권사회에 대한 논의는 거의 바닥을 쳤죠 아마? 아주 예전에 나름 잘나가는 주장도 있었다지만 그냥 따져보면 볼수록 발굴하면 할수록 모계사회는 있었어도 모권사회는 그냥 에러, 없다는게 주류인걸로 알고있습니다.

    그리고 한쪽이 더 가치있다고 말하는데 그게 평등일리가.... 하여튼 저들이 말하는 평등은 그냥 여자가 좋은걸 차지하는거라니까요.
  • 말초 2018/06/08 23:27 #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어쩌면, 모권 사회 비스무리한 어떤 사회는 있지 않았을까。그러나 그게 인류 문명의 주류가 되진 못했다.. 정도는 합리적인 추론이라 생각합니다 - 다만, 여기에 정치논리가 들어가면 모계사회를 이긴 부계사회가 모계사회보다 좋다, 고로 여성을 열등하다는 당혹스런 결론이 나오는데.. 이것도 좀 비약이 있습니다。

    일단 생존을 더 오래했다고 그게 더 좋다는건 아닙니다 ㅠ 생물의 진화나 인간의 진화나 운, 환경의 변수가 너무 크게 작용하고 각자의 생존 전략은 장단점이 확고합니다 - 지금 우주에서 거대한 운석이 떨어져 빙하기가 다시 와서 아메바가 생존하고 인류가 멸종하면, 그럼 아메바가 인류보다 더 월등한가면 그건 아니잖아요?

    일단(2) 결론은, 동양 고전에서 여성을 찬양한다고 그게 성 평등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 왕필 도덕경에서 생명의 골짜기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게 여성의 성기를 은유하면서 모든 생명이 여성에게서 나오니까 여성을 존숭한다는 해석이 있는데 모르겠어요, 여성의 생식기를 강조하면서 거기서 생명이 나온다는건 여성의 역할을 출산에 한정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죠. 그냥 어머니에게 감사해라, 아내를 잘 대접하라는 내용은 유교 경전에도 있습니다
  • ㅊㅊ 2018/06/09 12:12 # 삭제

    나름 신화나 역사 고증에 신경썼다는 라노베 소설인 캄피오네가 생각나는 말이군요. 거기서 강철계열의 신이 대지모신을 약탈하고 굴복시켜 상성 우위라거나 뭐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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