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단상 N.O.T.E




언제부턴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꾸 개발에 관련된 공약을 마구 내는 감이 있는 것 같다。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건 박원순 시장답지 않은 모습이거든。좀 심하게 말하면 초심을 잃었다?

원래 이 사람은 인권 변호사였고 시민 운동가였다 - 2011년 당시 보수당을 이기고 압도적으로 열악한 지지율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됐는데 승리의 비결은 대규모 토목 공사와 복지 반대였던 서울시장 오세훈의 안티 테제로서 자신의 입장을 확실히 어필했기 때문이었다 (나꼼수가 그걸 도왔고,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던 안철수의 양보도 박원순에게 날개를 달아주었지만)。

이때 복지가 시대 정신으로 급부상하고 있었고, 서울은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개발은 하지 않아도 좋으니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소통하는 정치 지도자를 원하고 있었다。

박원순이 정말 그런 사람인지야 정파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겠지만 - 일단 서울 시민들은 박원순이 그럴 자질이 있는 사람이라 판단했고 지금 서울시장을 3선이나 했거든。이 정도면 일단 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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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박시장의 행보는 - 대규모 토목 공사와 개발보다는 분배와 복지 (반대측의 단어를 빌리면 포퓰리즘)에 집중되어 있는데 서울시립대 등록금을 반으로 줄였거나, 서울시 대학생들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거나。뉴스에서도 박원순이 오세훈 시장 시절에 책정된 개발 플랜을 무효로 돌렸다는 뉴스가 줄을 이었고... 2014년에 정몽준과의 대결을 앞두고 박원순 캠프는 (비록 오세훈이나 이명박처럼 개발을 하진 않았으나 대신에) 서울의 빚을 왕창 줄인 것이 박시장의 치적이라는 홍보를 할 정도였다。

당연히 이런 홍보는 박원순이 서울을 개발하지 않았다는 공격에 대한 방어의 목적성을 띄고 있었고。보수가 말하는 개발이란 말이 좋아 개발이지 괴상한 디자인에, 땅값만 잔뜩 올려놓고, 도시를 빚더미로 올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뭐 그런 이야기를 박시장이 직접하진 않으셨지만.. 뭐, 찰떡 같이 말하면 찰떡 같이 알아들어야지 =3= 어쨌든。

대규모 토목과 개발로 도시를 띄우는 짓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고집스러울 정도라, 서울시가 개발 플랜을 발표하면 사람들이 깜짝 놀라 박시장이 직접 "내가 개발을 다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다. 합리적인 개발 계획은 충분히 인정하고 추진한다"고 너스레를 떨 정도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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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부턴가, 박원순 시장이 자꾸 개발 플랜을 입에 담는 모습을 보면 좀 모골이 송연하더라는 것이다 =3= 여의도와 용산을 개발하려다가 문재인 정부가 겐세이를 놓자 바로 보류했지만。그럼 겐세이가 없었으면 했을 거라는 거잖소? 이후로도 강남-강북의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현재 강북에 우선 투자를 할 계획이라더라。

그럼 박시장은 왜 갑자기 이런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가..

아직 서울 내부에는 대규모 토목과 개발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고。원순씨는 다소 진보표를 잃는 한이 있어두 이 사람들을 잡겠다고 결심이 선 모양이다。그런데 이게 박원순의 지지층이 박원순에게 원하는 모습이었나? 그들은 박원순이 강북을 개발하길 원해서 박원순에게 투표한 것이 아니라。개발은 덜해도 좋으니 민중과 소통하고 소시민도 편히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 달라는 염원에서 박원순을 뽑았다。

그런데 박원순은 지금 그들의 열망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물론, 개발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 개발이 소시민과 적대적인 개념도 아니다。그러나, 개발은 당연히 땅값을 올리고 그 과정에서 돈을 잡는 소수와 도태되는 다수를 양산한다。지금 강북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 진짜 강북에 살고 싶은 사람은 일부 부자 동네를 제외하곤 거의 없다。서울이 좋으니까, 서울에 국가 기반 시스템이 집중되어 있으니까 - 서울에 사는데 강남에 살 경제적 여력이 안되니까 강북에서 사는게 아니라 버티고 있는데。여기서 강북을 개발하면 서울에 간당간당 버티는 사람들은 다 경기도나 인천으로 밀려날 것이다 =3= 

인프라가 나쁘니까 땅값이 낮고 그래서 사람들이 서울에 붙어서 서울이 가지는 혜택을 끝물이라도 받는건데 - 과연 강북 개발의 진정한 승자는 누가 될까。나꼼수를 청취하고 박원순을 열렬히 지지했던 그 사람들이 과연 그 혜택을 입을까? 지금도 서울에서 강북에서 좀 후미진 동네를 거닐면 박원순 욕하고 서울시는 재개발 보상 제대로 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가끔씩 보이는데... 좀 당혹스럽지。

덧글

  • ㅇㅇ 2018/09/18 19:13 # 삭제 답글

    지금보다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것들로는 어림도 없다는걸 잘 아는거죠,
    박원순에게는 지금의 개돼지들보다 더 많은 표가 필요합니다.
  • 노무현 2018/09/18 23:14 # 삭제 답글

    인프라가 나빠서 땅값이 싸고 그래서 "서민"이 살수있다.
    그렇다면 더욱 능동적으로 있는 인프라도 뜯어내버리면 좋겠네. 그러면 땅값이 떨어져서 더욱 많은 "서민"이 살 수 있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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