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신드롬 N.O.T.E



역적이 충신같고, 충신이 역적같은 세상이라 ㅋㅋ - 솔직히 나는 트럼프의 러시아 스캔들에서 트럼프가 뭔가 타격을 입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너무 깔끔하게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3= 

그래서 이 참에, 한번 트럼프 현상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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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적으로 PC 열풍이 불고 있는데 - 이 도덕이나 윤리라는 녀석이 마치 옷이나 아이돌처럼, 일종의 유행의 성격이 분명히 있거든。그리고 진보, 좌파, 청년, 도시 거주자들은 이런 유행을 빠르게 받아서 선도할 수 있는 반면에 보수, 우파, 노년, 시골 거주자들은 이런 유행을 조금 늦게 받는 측면이 있기는 있다。그래서 무슨 일이 벌어지냐면 -- 먼저 유행을 받은 진보가 아직 유행을 캐치하지 못한 보수 사람들을 도덕적 우위를 점하여 공격하는 현상이,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지난 10년 사이 정말 유행했거든。

한국의 경우, 80년도에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운동권이 "지금 에티오피아에서 사람들이 농장에서 어떤 착취를 당하는지 아니?" 라고 깐다던가。아직 다문화가 진행되지 않은 90년도에 유학생이 둘리의 마이콜을 보고 "김수정 화백은 인종차별주의자" 라고 일침을 놓는다던가。최근에는 철권 제작사에서 여캐들의 비키니 코스튬을 팔았다가 "성 상품화"로 논란이 되서 PD가 직접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었다는 말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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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사람들의 말이 험하고 걸어져서 - 단순히 비토나 비판하는 수준이 넘어서 그 사람의 인격을 부정하고, 그 사람에게 자살을 권유하는 극악한 상황에 이르렀다。각종 멸칭이나 비속어가 범람하고 있고, 인터넷 특유의 익명성과 결합되서 그야말로 누가 누가 더 말을 험하게 할 수 있는지 대회라도 하는 것 같은데...

예전에, 한국의 개그우맨들이 둘리의 마이콜로 분장해서 사람들 웃겼다가 - 그게 해외 방송을 타면서 논란이 됐습니다。당연히 흑인들은 불쾌하다는 입장이었지만。그런데 한국은 일단 문화적으로 단일민족 국가였고, 흑인이나 유색인종과 함께 공동체를 운영하는 역사가 서구권에 비교해 엄청 적었고。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흑인을 직접 눈으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터에 - 그런 식으로 외모로 비하하는건 매너가 아닙니다, 라는 생각 자체를 할 수가 없었거든。그런 교육을 받지도 못했고。

반면, 미국은 다문화 사회라서 - 그리고 무려 흑인 노예제가 있었던 나라였으니 오랜 세월 이런 걸로 치고 박으면서, 이런 "인종 도덕 유행"의 최첨단을 달릴 수 있었으므로, 그런 식의 분장 개그는 인종차별적 성격이 있다는 사회적 합의에 일찍부터 이르렀으나。한국은 흑인 노예제도 없었고 다민족으로 갈등한 적도 없으니 =3= 그 시점에선 아직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했던 것이지요。물론 시장에서 흑인을 보고 대뜸 "너 꼬추 크냐?" 라고 묻는 어르신들은 참 그렇습니다만。교육을 받지 못하고 경험도 없는, 평생 제주도도 가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갑자기 글로벌 스탠다드를 요구하고

그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못하면 벌레, 쓰레기, 자살해야 할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도 좀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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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미국으로 돌아와서 - 미국 남부에, 총기 소유를 지지하는 A에게 어느날 양복 입은 도시 사람들이 와서 그걸 마구 비토한다고 칩시다。그런데 A가 총기 소유를 지지하는데는, 거기에도 어느 정도 사회적인 원인이 있을 수밖에 없거든。

가령, 미국은 시골 지역의 경우 경찰서가 없다던가 - 사냥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에게 총기는 밥줄이다。그런데 갑자기 총기를 규제하고, 그걸 반대하는 사람들은 다 쓰레기, 이러면。A는 반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지금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대에서는 불법 이민자가 (총기와 함께) 미국으로 넘어오는데。사실상 전쟁터를 방불케하건만 진보 진영에서 "위 아더 월드" 외치면서 그러지 말라고 하면.. 이 사람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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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기에는 - 트럼프를 투표했던 사람들 중에, 이런 식으로 진보의 "도덕 유행"에 밀린 사람들。그리고 도덕 유행의 첨단을 달렸던 사람들에게 망신을 당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결코 적지 않다。

나는 미국이 그래도 다문화 사회라서 서로의 입장을 배려하고, 이해하고, 경청하고, 소통해서 하나의 합의에 도달하는 성숙한 시민성이 있다고 지금까지 생각했는데 이런 꼬락서니(?)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3=

덧글

  • gfyrdt 2019/03/29 00:02 # 삭제 답글

    러시아 스캔들이 진심 트럼프한테 무슨 타격을 줬으리라고 예상했다면 걍 미알못 예정이지 뭐

    본토인들은 조용한데 먼 반도땅 종자들이 뭐라하는 이거는 코미디도 아니고
  • 홍차도둑 2019/03/29 09:04 # 답글

    무기 소지 관련으로는 히스토리 채널에서 방영한 "애팔래치아의 무법자들" 이라는 다큐 보면 실감납니다.

    애팔래치아 산맥 안에서 산삼을 놓고 외부에서 몰래 들어온 심마니들과 현지 지주(자기 땅에 자생하는 산삼을 캔다던가 산삼을 의도적으로 키우는 사람들)들과의 다툼은...AR-15(M-16의 민수용 버전) 부터 시작해서 사제 폭약에...별별 전투를 다 하더군요. 글 내용중에 언급하신대로 공권력이 너무 멀기 때문에 거기 지주들이 그렇게 무장하고 자체 소탕하는게 이해가 될 지경이었습니다.
  • 말초 2019/03/29 19:22 #

    구한말에도 일본 제국이, 조선 사냥꾼들의 총포를 몰수하려다가 분노한 사냥꾼들이 일본군 저격하고 독립군에 의탁하는 일이 있었지요 ..

    일본제국 입장에선 조선의 치안을 위해서는 총포를 관리해야 한다는 명분은 있었지만.. 여기서 일본제국 대신 '국가'라는 주어를 대신 넣어보면 여러가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 엽기당주 2019/03/29 09:51 # 답글

    세상은 넓고 그 물리적 거리는 그대론데 통신&미디어의 발달로 정보의 습득과 교류가 빨라지다보니..

    자기 사는 지역에서 자기가 경험한 삶을 옳다고 주장하며 삿대질하는 꼴로밖에는 보이지 않는군요.

    이해보다는 강요하려는 태도로 서로를 공격해대다보면 결국은 힘쎈놈이 이기게 됩니다.

    그게 세상의 법칙이죠.
  • 말초 2019/03/29 19:21 #

    사실 도덕적 우위를 점하여 상대방을 비토하는게 싸게 먹히기는 합니다 =3=

    총기로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보상책을 마련하는 대신 나쁜놈으로 만들고 무상으로 총기를 몰수하면, 국가 차원에선 얼마나 많은 예산을 절약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걸 국가가 아니라 일반 사람들이 하는걸 보면 좀 많이 무섭죠 ..
  • 지나가다 2019/03/29 11:59 # 삭제 답글

    도덕 유행이라는 표현에 적극 공감합니다
    좋은 글이네요
  • 과객b 2019/03/31 01:07 # 삭제

    걍 지나가지 그랬으면 더 좋았을
  • hi 2019/03/31 11:31 # 답글

    ?? 애당초 트럼프 당선이 반pc 열풍 결과아님??
  • 말초 2019/03/31 13:04 #

    정체성 정치를 하지 않았으면 힐러리가 이겼을거란 분석도 있죠 =3=
  • 과객b 2019/03/31 23:34 # 삭제

    게임에서 진 놈에게는 그 어떤 설명도 해명도 다 사치일 뿐.
    힐러리가 재정비해서 다시 덤벼보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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